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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셀프 빨래방 창업기(하)

꾸준함이 만든 고객 신뢰

by Bridge K

무인 셀프 빨래방(이하 ‘빨래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상상과 달랐다. 달리 말하면, 전해 들었던 이야기나 교과서적인 내용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물론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가족 사업을 그저 적당히 운영하는 데 그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더 눈빛이 반짝였다. 그래서 ‘하루 30분 관리’, ‘무인 매장’, ‘매출 얼마’와 같은 흔한 홍보 문구와 실제 관리에는 간극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시설업종의 특성상 자본만 있다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었기에, 경쟁업체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이번 회에서는 심사숙고 끝에 시작한 가족 사업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돌아보고자 한다.




[홍보]

빨래방 오픈 후 가장 먼저 선택한 홍보는 현수막 지정 게시대였다. 총 40만 원을 들여 10군데에 1주일간 걸었고, 이는 뒤에 언급할 전단지 제작비와 함께 홍보에 들어간 마지막 비용이기도 했다. 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 없었기에 이후에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매장을 알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역 카페 홍보,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도 진행했다. 모두 고객이 직접 찾아보고 인지해야만 효과가 나는 플랫폼이었기에, 기본 검색어 노출을 위해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단지 홍보는 아내의 몫이었다. 요즘은 대행 업체를 통해 뿌리기도 하지만, 아내는 직접 발로 뛰며 오피스텔, 아파트, 상가, 주택을 일일이 돌았다. 한 달간 이어진 노력 끝에 방문 고객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매월 사용량 상위 고객에게 별도의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SNS 이벤트를 이어갔다. 매월 말일 고객 실적을 취합하고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내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이벤트를 준비하고 게시하며,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 애썼다. SNS 유입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몸소 깨달은 것이다.



[매장 관리]

매장이 청결하게 유지되고 시설에 고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무리 멋진 홍보물로 고객을 끌어들여도, 매장이 지저분하다면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직장과 병행하며 빨래방에 기여할 수 있었던 부분도 바로 이런 관리였다.


고객 응대 구역은 청결이 기본이다. 휴지통, 바닥, 먼지와 불필요한 물건들을 수시로 점검하고 정리했다. 드럼 세탁기의 먼지통은 청소 시 함께 관리하며 설비 잔고장 위험을 줄이고, 동시에 기계 자체도 깨끗하게 유지했다. 설비 구역에서는 분리수거와 배수관 관리, 용품 보충 등이 일과였다. 빨래방을 열었을 때 매장이 지저분하다면 나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만큼 손님이 많이 다녀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청소를 하며 점점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면, 사용 빈도 증가와 매출 상승이 우리 부부의 수고를 보상해 주는 듯해 오히려 즐거웠다.


아내는 또 다른 시도로 건의사항 노트를 비치했다. 고객 의견만 남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지역 맛집 추천까지 공유되는 노트가 되었다. 한 권이 채워질 때면 우리 지역의 숨은 맛집 지도가 되어 있었다. 아내는 노트에 일일이 답글을 남기며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밖에도 매장에는 TV, 에어컨, 선풍기, 오락기를 마련해 고객이 빨래와 건조를 기다리며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아내는 간단한 수리는 직접 해결할 정도로 비용절감에도 신경을 썼다. 수입 설비다 보니 A/S 진행시 기사님 예약도 오래걸리고 간단한 부품 교체에도 생각보다 비용이 컸다. 그래서 눈썰미 좋은 아내는 재발되는 이슈에는 직접 대응하고 굳이 정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활속의 아이디어를 도출해 대체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손잡이 고정핀 같은 것이다. 세탁기 손잡이는 세탁기 내부와 완벽히 차단되기 위해 압력을 주어 단단히 닫게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90도로 회전하는 손잡이가 자주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 중 손잡이가 회전할 때 생기는 힘에 의해 손잡이가 세탁기 문과 연결될때 고정해주는 핀이 부러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처음 이 일이 발생했을 때는 설비 기사님께서 직접 수리해주시게 됐지만 그 이후 어쩌다 이 일이 생겼을 때는 혼자서도 척척 해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탁기가 가동되지 않는 시간 동안 곧 매출 저하로 일어나기에 순발력이 발휘된 것으로도 봐야겠다. 우리 빨래방에서 일어난 위기대응 우수 사례이자 결국 고객만족 사례이기도 했다.




이후 우리 가족의 타지역 이사로 인해 빨래방은 새 주인을 찾게 되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애착이 컸기에 감수할 수 있었다. 글로 다 담지 못한 에피소드도 많지만 돌아보면 그 자체가 삶의 일부였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활력을 주었고, 경제적 보상도 가져다주었다.


특히 내가 프리랜서로 일하다 계약이 끝났을 때, 빨래방은 큰 힘이 되었다. 이후 새로운 직장을 구했을 때 주말부부의 길을 걷게 되면서 아내에게 많은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러나 빨래방 운영 경험 덕분에 회사 일이나 새로운 도전에서도 두려움은 훨씬 줄어들었다. 결국 실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깨닫게 된 중요한 경험이었다. 개인 사업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모든 사장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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