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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공정관리자(중)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관하여

by Bridge K

공정관리자에게 필요한 또 다른 역량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한정된 기간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 부문의 통합적 관리와 진행이 필요하다. 각 부문의 역량이 고루 발현되어야 하는데 공정관리자의 역할이 이 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사가 착수되면 생각보다 많은 부서와 얽히게 된다. 구조, 장비, 배관, 전계장 그리고 보온 등 눈으로 보이는 메인 시공 부서도 있겠지만 족장, 도장, 정도 등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서도 많다. CM은 이 모든 부서들의 구심점이 되어 해양공사를 뒷받침하기도 하고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각 공정별 마일스톤을 PM과 협의하고 현장 부서 관리자의 의견과 실제 진도를 체크하여 납기에 늦지 않고 실현가능한 스케줄을 뽑아낸다. 바로 이 스케줄이 각 부서가 지침으로 삼는 스케줄이자 조직이 관리해야 할 KPI이기도 하다.


조직은 안온하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더욱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기 위해 늘 애를 쓴다. 사회와 기업은 특히 냉정하다. KPI는 조직을 평가하는 근간이 된다. 그렇기에 각 부서는 더더욱 사활을 건다. 파트너사는 더욱더 강력한 에너지로 다가온다. 생존과 직결되기에 파워풀하고 화끈하다. CM은 이 에너지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공사 초반에는 모든 부서가 여유롭다. 이 시기에 진도가 많이 나간다면 더없이 좋다. 비용 절감면에서도 선상 위 작업보다 훨씬 더 남는 장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모듈 탑재 이전에 공정률을 높이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당근책도 활용한다. 하지만 일은 늘 그렇게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바야흐로 전쟁의 시작은 모듈의 선상탑재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부터다. 넓은 안벽에서 작업을 해나가는 데는 공간적 제약에 대한 고려를 덜하게 되므로 현장 작업자도 일선 담당자들도 큰 어려움이 없지만 선상은 이야기가 아주 달라진다. 배의 특성상 아무리 큰 선박이라도 공간은 한정되게 마련이다. 이때 부서 간 간섭이 심해진다. 화기 작업과 화기를 멀리해야 하는 작업이 일정 공간 내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는 일이 빈번하다. CM의 역할은 이런 상황에서 PTW허가권을 가지고 조율해 나간다. Completion 우선순위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하루하루가 비용과 직결되는 공사 현장에서 손실과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CM은 늘 사방과 소통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비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곡의 악보를 꿰차고 각 악기(부서) 별 강약 조절을 하면서 한 곡(프로젝트)을 마무리시키는 역할 말이다.


각 부서별 담당자와 파트너사 대표 및 소장님들은 각자의 진도와 성과가 우선시 된다. 그렇기 때문에 CM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스케줄을 감안하지 못한다면 하위 스케줄도 의미가 축소된다. 프로젝트가 실패했는데 한 공정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평소 다양한 소통의 기회는 있다. 주간 및 일일미팅을 통해 Blocking Point를 공유하고 하이라이트 시키면서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사석에서의 인간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일 마치고 같이 소주도 한잔하거나 업무 중 잠시 쉬는 타임에 믹스커피 한잔으로 애로사항을 듣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정관리자의 애로사항도 토로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낮에 소리 높여 일로 싸우던 것도 말 한마디에 풀어지기도 한다. 쌓이다 보면 내 근육이 된다. 공정관리자, CM은 외롭지만 어찌 보면 멋있기도 하다.

(다음 편에 계속)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offshore-energy.biz/petronas-second-flng-unit-to-be-ready-in-first-quarter-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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