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보다 안전, 숫자보다 사람
공정관리자에게 중요한 덕목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우선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안전관리다. 안전은 결코 후순위로 미룰 수 없는, 공사현장의 최우선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지난 2024년에도 589명,
매년 수백 명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이렇듯 많은 노동자들이 건설 혹은 제조 현장에서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큰 장애를 입는다.
삶을 지탱해주던 일터가 삶을 무너뜨린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 사람의 사고는 가족뿐 아니라 동료들의 몸과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해양플랜트 공정관리자인 CM은 매주 CPY(발주처 회사) 매니저와 함께 공사현장을 순찰하며 안전관리 활동을 한다. 지적된 사항은 누적 관리되며, 해결되지 않거나 심각한 위반이 발생하면 해당 공사 전체가 즉시 중단될 수도 있다.
공사 중단은 주관업체에 큰 타격이다. 현장 작업자의 노무임금이 시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중단은 곧바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그러나 더 큰 사고는 회사의 손익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인생, 그리고 그를 둘러싼 가족과 동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다.
그래서 안전은 ‘관리’될 수 있고, ‘관리’되어야 한다.
이제는 운에 의존해 목숨을 구하던 시대가 아니다.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방법으로 생산 현장이 움직이는 만큼, 안전 또한 사전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청소가 중요하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3정(정위치·정품·정량)’과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는 안전을 지탱하는 기본이자, 효율의 출발점이다.
정돈되지 않은 현장은 그 자체로 위험을 키운다. 인간의 본성이 정리와 거리가 먼 ‘무질서(엔트로피)’에 끌리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리, 교육, 그리고 조직의 문화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비단 조선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뉴스에서도 육상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실패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해양플랜트는 선진국의 안전 기준을 적극 도입해 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한순간의 방심이 모든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공정관리자의 역할은 ‘진도율을 높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다치지 않게 공정을 완성시키는 사람’이다.
아무리 빠르게, 아무리 효율적으로 일해도 누군가의 안전이 희생된다면 그 공정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순찰과 점검, 청소와 정돈의 행위는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루틴’이다.
공정관리자는 결국 숫자가 아닌 사람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끝까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공정관리자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