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록이 그리워지는 시절
꽤 기습적인 형태로 찬바람이 불어왔다.
안다. 물론 찬바람은 기상청을 통해 오늘내일 여러분에게 방문할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
따뜻한 옷도 준비하라고 여러 번 단단히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얄브리~ 하게 입고 버티려고 했던 내가 잘못인 거다.
굳이 잘잘못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누구 죄가 더 크냐고 묻는다면 판사는 당연히 내 손목을 잡고
하늘 높이 번쩍 들게 분명하다.
점심때 사무실 건물에서 식당으로 진입하는 고작 10여 미터의 짧은 길에 마주한 바깥공기를 맞고 나서 넉다운이 될 뻔했다.
들판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시베리아 북서풍은 틀림없었다.
내가 아는 찬바람이라고는 와이프 화났을 때 불어오는 냉기와 시베리아 찬바람 밖에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옷도 별로 없는데 이 겨울을 어찌 날지,
베란다 냉골 바닥을 밟고 세탁기까지 어떻게 왔다 갔다 할지,
샤워는 하루에 딱 한 번은 해야 할 텐데
내 몸 뚱아리 하나만 해도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닌 건 맞다.
겨울이 찾아오니 우리네 주변 사람들은 잘 사는지,
다들 따뜻한 온기는 느끼고 있으신지 궁금하다.
산과 들 어디선가 먹이를 찾아다닐 들짐승들
기후변화로 이른 꽃을 피웠다가 헤매는 나무들
사람들도 뭇 생명들도 이 겨울 무난하게 잘 지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