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고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 뒤 글 쓰는 일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를 드러내는 일, 나를 표현하는 일이 타인에게 비수를 던지는 일이라면 그런 글쓰기는 그만둬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고 나니 글쓰기마저도 멈추게 되었다.
소통이라는 것도 적시가 있다. 적시를 놓친 글은 김 빠진 맥주처럼 맛을 잃는다. 적시가 아닌 글은 생명력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때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은 가끔 힘이 너무 세서 다른 글들을 밀쳐버리고 그 글을 쓴 이를 가격했다. 그런 날은 내 마음에도 균열이 생겼다. 균열은 나를 침묵의 방으로 밀어 넣곤 했다. 스스로 고립된 채 살게 했다.
대체 어떤 글을 써야 하는 것인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요즘 나는 그 질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 말의 생명력에 좌초되어 물끄러미 올려다본 하늘은 대책 없이 파랬다. 그 하늘 때문에 나는 또 온종일 마음이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