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회는 부활절을 앞두고 특별 새벽 기도회를 합니다. 일명 ‘특새’라고 합니다. 1년 내내 새벽에 교회 구경을 안 하던 사람들도 이 기간에는 힘을 내서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천근만근 잠자리에 붙어 있는 몸을 일으켜 교회에 갑니다. 사실, 명상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에 명상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왠지 닮은 듯 닮지 않은 기도도 여러 가지 기능적으로 효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빨리 다가오는 부활절 주기로 인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에 갔습니다. 주아는 대표 기도를 했고, 안아는 대표 기도를 하는 동생을 위해서 머리도 만져주고, 옷도 입혀주고 언니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저는 주아가 많은 사람 앞에서 긴장할 것을 대비해서 기도문 읽는 연습을 시켰고요. 그렇게 준비를 잘해서 새벽기도를 다 드리고 마지막 찬양을 부를 때였습니다.
제목이 “주님은 나의 산성”이라는 곡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주 나의 하나님이 지켜주시네
놀라지 마라 겁내지 마라
주님 나를 지켜주시네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주 나의 하나님이 지켜주시네
놀라지 마라 겁내지 마라
주님 나를 지켜주시네
내 맘이 힘에 겨워 지칠지라도
주님 나를 지켜주시네
세상의 험한 풍파 몰아칠 때도
주님 나를 지켜주시네
주님은 나의 산성
주님은 나의 요새
주님은 나의 소망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
[출처] [C코드 찬양 악보ㆍ가사]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ㆍ 주님은 나의 산성|작성자 refresh-11
후렴이 “주님은 나의 산성 / 주님은 나의 요새 / 주님은 나의 소망 /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입니다.
찬양을 부르는 중에 주아가 제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주아한테는 분명히 아빠가 ‘산성이자 요새’처럼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때로는 ‘산성이나 요새’ 같은 존재가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한테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너희들이 볼 때, 아빠가 든든하게 너희들을 지켜줄 것처럼 보이겠지만, 물론 엄마와 아빠는 안아와 주아를 최선을 다해서 지켜주려고 노력할 거야.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한계가 있을 거야. 그 시간이 더 빠르게 찾아올 수도 있고, 조금 늦춰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희들이 지금 믿고 있는 하나님이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서 끝까지 책임져 주시리라 믿어.”
이 말을 얼마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점점 쇠락해 가는 부모 대신 초월적인 존재가 자녀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