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어요
세상 누구보다 밝고맑은 우리 주아는 짜증 내기보다는 친절하게 미소를 만들고 친구들과 놀 때도 안 좋은 말보다는 상냥하고 좋은 말을 사용하고, 밝은 표정으로 맞이해 줍니다. 그래서 친구도 많고, 낯선 곳에서도 새로운 친구를 금세 사귀곤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직 어려서 그런 건 걸까요? 체력이 좋지 않아서 가벼운 병치레를 자주 합니다. 이번 주말 사이에 열나고 편도도 부어서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엄마는 일찍 출근했고, 언니도 학교에 갔습니다. 오후에 일이 있는 아빠가 주아를 돌봐줍니다. 아빠는 주아한테 아침을 차려주고 다 먹고 나니, 감기약을 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빠는 아빠 할 일을 하고 주아도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11시쯤에 아빠가 주아를 부릅니다.
“주아야, 좀 자자. 푹 쉬어야 빨리 낫지.”
주아는 자기 싫었지만, 그래도 아빠 옆에 눕습니다. 조금 뒤척이더니, 금세 잠이 듭니다. 얼마 후 다시 아빠가 깨웁니다. 평소 같았으면 주아가 깰 때까지 더 자게 두는데, 오늘은 아빠가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주아를 깨워서 엄마가 만들어 준 죽을 끓여서 줍니다.
“다 안 먹었네? 왜 다 안 먹었어.”
“배가 안 고파요.”
입맛이 없나 봅니다. 아빠는 남은 음식을 치우고 주아한테 다시 감기약을 줬습니다.
“이제 곧 아빠 나가야 해. 아빠 나가도 혼자 잘 있을 수 있지?”
“응.”
사실, 주아는 하교 후, 집에 들렀다가 혼자 학원에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서 집에 있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아빠는 주아를 믿고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할 리 있었을까요? 그래서 얼마 후에 주아한테 전화했습니다.
“주아야, 잘 지내고 있지?”
“응.”
“잘 놀고 있어. 엄마도 곧 들어갈 거니까.”
“네.”
밤이 됐습니다. 주아가 인사하고 들어가는 데, 아빠가 주아를 부릅니다.
“주아야, 이리로 와 봐.”
주아가 얼른 아빠한테 안깁니다. 아빠는 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습니다.
“오늘, 아빠 나가고 나서 안 무서웠어?”
“무서웠어.”
아빠가 놀라서 다시 묻습니다.
“그런데, 왜 전화 안 했어?”
“그냥.”
아빠 마음에 이슬이 맺힙니다. 아빠가 전화했을 때, 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서워도 무섭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돌아오지 못할 걸 알았으니까요. 어린 마음에 걱정 끼치기 싫었던 것입니다. 아빠는 주아를 꼭 안아 줍니다. 아빠의 마음에는 주아의 배려가 너무 고맙고 기특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의 줄기가 장마철 거센 빗줄기처럼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