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SNS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대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도, 생일 등을 축하할 때도, 지인의 슬픔을 애도할 때도, 이제는 펜을 손으로 꼭 잡고 빈 종이 위에 마음을 꾹꾹 눌러 적는 시대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여전히 팬시점에 가면, 수많은 편지지가 진열돼 있습니다. 여전히 누군가는 편지를 쓴다는 의미죠.
주아는 편지를 아주 자주 씁니다. 손님들이 왔을 때는 여린 손으로 연필을 잡고, 작은 종이에다가 환영의 메시지를 적어서 손님들에게 전달해 감동을 주기도 했고, 아빠나 엄마가 힘들어 보이면, 위로의 메시지로 용기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끔은 재미있는 표현을 써서 즐겁게 해주기도 하는데, 한 번은 “아빠, 기특해요!”라는 표현을 써서 모든 가족이 크게 웃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아의 편지는 정해 놓은 시간에 배달 오는 게 아니라, 항상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도착하기 때문에 받는 기쁨과 감동이 더 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한자 한자 또박또박 그리듯이 적은 편지를 보면, 화를 내다가도 마음이 풀어지고, 낙심 하다가도 힘을 내게 되고, 슬퍼하다가도 위로를 받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빠의 생일이었습니다. 주아는 용돈을 아직 받지 않으니, 선물을 준비하지 못 했습니다. 아니, 선물을 사서 준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듯합니다. 출장에서 다녀온 아빠한테 전해 준 선물은 바로 편지였습니다. 색종이 한 장으로 하트 모양을 접고, 그 위에다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고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다였습니다.
“아빠, 생일 축하해요! 사랑하고 힘내세요.”
그리고 글 아래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왼쪽에는 고깔모자를 쓰고 가슴에는 ‘생일’이라는 글자를 달고 있는 아마도 ‘아빠’를 그린 것 같고, 바로 옆 오른쪽에는 작은 아이가 그려져 있었는데, 주아인 듯합니다. 아빠한테 다른 선물이 필요할까요? 그 어떤 선물보다 소중한, 작지만 큰 감동을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비싼 선물도 좋고, SNS를 활용해서 보내오는 화려한 메시지도 좋지만, 색종이 한 장에 그려진 작고 짧은 글씨들이 더 값지고,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주아가 언제까지 편지를 써서 나눠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오래 편지를 쓰고 그 편지로 더 많은 사람이 감동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