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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ne Lee May 18. 2021

어느 날, 빵을 팔게 되었습니다 ep01

직장인의 새로운 도전기

밥 없이는 살아도

 

밥 없이는 살아도 00없이는 못 산다는 말을 참 많이 해왔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중에 제일 많이 찾는 음식은 보통 술, 빵, 아이스크림 등 간단하게 먹거나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것인 듯싶습니다.

그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간식에는 참으로 많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과자, 떡, 견과류 등의 각종 주전부리들 그중에 학교에서도 간단히 먹고 부모님들이 사다 주신 곰보빵, 단팥빵은 언제나 반가운 간식거리인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 크림빵, 초코빵, 소라빵, 맘모스빵들을 흰 우유와 함께 참 많이 먹었습니다.

요즘은 "빵지 순례", "빵순이" 이런 말들이 있을 정도로 "빵"이 간식을 넘어서 전통적인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 맛있는 대체제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2018년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통계 자료인 가공식품 세분 시장 보고서를 보면 빵의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모르더라도 일상생활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해가 지날수록 빵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먹는 빵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먹는 빵의 양과 종류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데이터를 보게 되니 숫자로 알게 되었지만, 사실 예전에는 이런 접근법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취준 생활과 직장생활, 조금 달랐던 학창 시절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취준생, 회사원처럼 저 역시도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자소서, 취업 스터디를 거쳐 한 회사에 입사한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언젠가 내 매장을 한번 오픈해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래도 남들과 다르게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대학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모아 틈이 날 때마다 국내외 여행을 다니다 보니 대부분의 동기들은 제가 수업에 들어오지 않으면 으레 어딘가 여행을 다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1학년 때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가보고 경험하게 된 도시가 50개를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노점상을 해보기도 하고, 우연한 기회로 한인 민박에서 일하면서도 먹는 것만큼은 절대 아끼지 않고 먹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간식, 분식에서부터 미슐랭 레스토랑까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게 그 나라의 식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란 생각에 먹는 건 돈을 아끼지 않고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가족끼리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고 제대로 하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먹었던 가풍(?) 아닌 가풍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예전 이야기다 보니, 정말 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이 그때는 참 많았습니다. 그전까지 제가 아는 커피라고는 칸막이가 쳐있는 곳에 전화기가 놓여있고, 파르페라고 아이스크림에 싸구려 시럽과 체리를 올려주는 곳에서 함께 팔던 헤이즐넛 향 그득한 커피가 다였는데,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아침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카페에서 처음 주문한 커피는 잔도 작고 도대체 이걸 왜 먹나 싶었습니다. 이제는 에스프레소가 그래도 많이 보편화됐지만, 그때 당시 저에게는 왜 먹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아주 쓴 물이었습니다. 그만큼 저는 커피와 빵에 무지했고, 그렇게 학창 시절을 해외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먹으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외식문화, 외식업에 대한 경험들을 쌓아왔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언젠가 내 개인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막연하게 꾸기 시작하면서 과연 내가 창업을 하게 된다면 


무얼 할 수 있을까? 어떤 분야에 자신이 있는 걸까?


참 막연한 질문인데 대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는 문과를 나오고,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하다 보니 많은 동기들은 회계사, 행정고시 같이 전문적인 시험을 준비하거나 금융업, 일반 기업에 취직했기 때문에 그 범주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무언가 창업을 한다는 게 막연했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위해 썼던 자소서를 정리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왔나 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내세울만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덕후가 될 만큼 좋아하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생각하면 할수록 창업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는데 그러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면접들이 생각났습니다. 

대기업 식품회사와 유통회사 면접에서 CEO와 임원들이


'진짜 재밌는데? 너 진짜 특이하구나? 그래서 그걸 왜 한 거야? 결과는 어땠어?'


저도 신나서 얘기했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아마 하지 않을까 싶지만, 대학시절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추억이 많았습니다. 파리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김밥을 팔고 (제가 직접 김밥을 말았습니다.) 태국 짜뚜짝 시장 한편에 앉아 하회탈 열쇠고리를 팔고, 물물교환으로 모르는 사람 집에 가서 며칠 숙박도 하고, 무계획으로 간 아테네 올릭핌, 잠 잘 곳을 못 찾아 기차역에 노숙하고, 그리스 도시를 돌며 간신히 구한 태극기와 화장품 샵에서 구한 재료로 혼자 페이스 페인팅하고 목이 쉬어라 응원단장을 자쳐하며 응원했던 아직도 눈물 나는 여자 핸드볼 경기, 언젠가 한번 다시 만나보고 싶은 남자 핸드볼 선수들,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하게 되면 제 아이들을 위해 해 줄 그냥 혼자 간직했던 에피소드들이 그분들에겐 신선했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음식일 때도 있고, 저 자신일 때도 있고, 물건일 때도 있고, 아이템이 다를 뿐 '연결'이라는 것은 똑같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으로 사람들을 연결되고 연결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에서 그 무엇이 내가 창업을 할 아이템인 것 같았습니다.

언제나 사람들 곁에 있고, 행복해하며 늘 찾는 것,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음식이었습니다. 수많은 음식 증에서 멀 할 수 있을까 '음식'이라는 아이템을 정하고, 무작정 열심히 먹으러 다니고 학원을 다니며 요리와 제빵, 커피를 배웠습니다. 



사실 저는 밖에서 사먹는 음식들의 종류가 지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어릴적 습관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님이 집에서 카스테라를 만들어 주시고, 돈까스도 다 같이 모여서 만들어 먹고, 저와 동생이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항상 모든 걸 직접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창 시절에 학교 앞에서 파는 떡볶이조차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저희 집에 늘 있는 메뉴가 몇 가지 있었는데 아이스크림, 과일, 빵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가 빵을 참 좋아하십니다. 물론 아직도 집에는 아이스크림, 과일, 빵은 항상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가장 익숙한 아이템 중에 하나인 빵을 많이 먹어 보았습니다. 프렌차이즈 매장, 개인 매장, 지역 유명 빵집 등을 돌아다니면서 속칭 "빵돌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조금씩 아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러던 중, 제빵사와 바리스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의 빵과 커피 문화 등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왜 우리나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획일적으로 찍어서 만들어 내는 빵, 획일화된 사이즈로 모두가 팔고 있을까, 왜 식빵은 항상 먹다 남아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먹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혼자 먹을 수 있는 식빵은 없지?"


바로 이 질문에서 베이커리 창업이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진짜 왜 없지? 없는 이유는 멀까? 분명 사람들이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익숙해진 사업기획, 시장분석을 기반으로 빵이라는 아이템을 접목하여 간단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다른 사업군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습니다. 빵은 언제나 주식이 아닌 간식의 개념이었고, 식빵은 아침에 식사를 대신해서 먹으면서도 식빵 조차도 간식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제가 하고자 하는 1인을 위한 식빵을 풀어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1인을 위한 식빵이라고만 한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단순히 사이즈만 줄여서 1인을 위한 식빵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순 있겠지만, 그리기에는 매력도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무엇을 하나 더하여서 사이즈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빵사님과 의논을 해 보았습니다. 기술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 있을지 단순 소비자였던 저보다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으셨기 때문에 아이템에 대한 큰 콘셉트를 기본으로 논의를 하였습니다.

구현하고자 하는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소비자의 관점에서 너무 새롭지 않은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사람들은 먹는 것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너무 다른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어찌 보면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했습니다. 아마 혼자서 이 모든 것들을 다 고민했다면 저는 창업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실전에서 노하우를 많이 쌓은 제빵사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경험과 아이템을 섞다 보니 답은 쉽게 나왔습니다. 단순한 식빵이 아니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식빵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냐, 그리고 그 안에서 식감적으로 재미있는 요소들을 가미하면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저에게 기존에 나와있는 제품들의 특징, 거기서 차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쉽게 설명해 주시다 보니 아이템은 점점 더 농밀해져 갔습니다.

그러면 이 식빵을 머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 식빵은 식빵인데 한 사람이 먹었을 때 충분한 포만감과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재료를 담은 식빵, 아주 단순하게 '식사용 빵'이라고 팔면 어떨까?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아~이건 이런 빵이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이름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아이템은 전문가와 시장분석을 통해서 점점 구체화되었고, 제 첫 사업 아이템은 '식사용 빵', '1인을 위한 식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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