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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 Aug 22. 2020

할머니 마음은 어려워.

김땡이의 20년 08년 22일.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였어요.


저희 가족은 할머니 댁 근처에 살아요.

건강이 급격히  좋아지신 할아버지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서 바로 옆 아파트에 살면서 자주 찾아뵙고 있어요.


오늘은 주말을 맞아 할머니, 할아버지를 저희 집에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아침부터 엄마, 아빠 다 일찍 일어나서 식사 준비하고, 집 정리하고,

저도 조금씩 일손을 돕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후 아가 두 분을 모시러 는데 웬일인지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더라고요.

조금 늦으시나 보다, 하고 저랑 엄마는 밥도 퍼놓고 수저까지 다 세팅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한테 전화가 오더니, 할머니께서 안 오겠다 하신다고,

그 음식을 다 싸서 할머니 댁에 가야 될 것 같다지 않겠어요?


저도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아침부터 열심히 집을 청소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까지 다 차렸던 엄마는 완전 벙쪘죠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건지,

아침에 모시러 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별 말 없으셨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이해 못한대도 뭐 어쩌겠어요?

내놓았던 반찬들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할머니 도대체 왜 그러시냐는  엄마의 푸념도 간간히 들으며  할머니 댁에 갈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아빠가 집에 오더니 할머니께서 우리아예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밥은 그냥 우리끼리  먹어야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할아버지를 위해 준비했던 연어와 할머니를 위해 공수했던 내장탕은 저희의 몫이 되었어요.

참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속상했던 아빠할머니께  비장의 김땡카드,


"어머니, 우리 땡이가 어머니랑 식사 같이 하고 싶대요~"


를 사용도 해봤지만 할머니는 꿈쩍  하셨어요.

 말로는 나오시려고 준비까지 해서 현관까지 나오셨는데, 돌연 집에 가겠다고 하셨대요.


복작거릴 거라고 예상했던 식탁에서 셋이 단출한 식사를 하며

할머니께서 대체 왜 그러셨을까 함께 열심히 생각해보았어요.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어요.


할머니께서는 아버지 차를 타고 저희 집으로 오는 발걸음조차 힘겨우실 만큼 많이 쇠약해지셨다는 사실을요.

우리에게는 가벼운 5분의 걸음이 할머니께는 일주일을 몸져누우실 만큼의 움직임이 되었다는 것을요.


몸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 이전에는 무리 없이 하던 일들을 점차 할 수 없게 되는 것,

점점 늙어간다는 것.

그 나이가 되기 전에는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나 봐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하루하루 몸이 달라지신다는 걸 자꾸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우리 엄마, 아도 그렇게 되는 걸까요?

우리와 당연하게 함께 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못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일지.

그렇게 될 날을 생각하면 슬퍼져요.


오늘 하루도 내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더 잘해야겠다, 생각이 저절로 드는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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