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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May 29. 2022

꿈 일기 #1.

셀린 디온을 찾아라. 나는 얼떨결에 마이크를 넘겨받아 노래를 불렀다. 나는 관중석에 있었고, 아무도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노래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목은 쉬었고, 소리는 계속해서 갈라진다. 고음으로 갈수록 더 그렇다. 꽥꽥대는 오리 같기도, 고통에 몸부림치며 도살되는 송아지 같기도 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누구야? 저건 셀린 디온이 아니잖아. 나는 겁이 났지만 노래를 멈출 수 없었다. 계속해서 쇳소리가 흘러나온다. 사회자가 말한다.


 “셀린 디온을 찾아라! 자, 여러분! 일생일대의 퀴즈쇼!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1번, 셀린느 디벨롭스키! 2번, 셀린 세크레타! 3번…”


그 선택지에서 내 이름이 불리는 게 두려웠다. 사람들이 나인 걸 알아채고 비난할까 봐 무섭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너 아니야? 그 말을 한 사람은 눈이 타오르고 온 몸에 핏자국이 흘렀다. 언젠가 <프로이트의 살인 해석>에서 본 최면에 걸린 사람 같기도, 위협적인 형태로 뭉쳐진 닭가슴살 같기도 했다. 나와 함께 온 사람들은 나를 좁은 차 뒷좌석에 쑤셔 넣었다. 그곳은 책상 서랍 같았다.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진. 데스크. 뚜껑이 열리는. 데스크. 푸른색 벽, 푸른색 책상, 푸른색 페인트. 온통 푸른색인 공간 속에서 푸른색 나비가 날았다. 나는 우울해졌다. 닭가슴살은 계속해서 내 이름을 외쳤고, 폭력적일 것을 요구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원래 그것이라고 했다. 셀린 디온은 일종의 은어라고.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안경을 썼고, 매우 친절했다. 또 다정했다. 안경을 쓴 남자는 <은교>에 나오는 서 작가를 닮았다. 그는 위협적인 닭가슴살과 싸우다, 그것을 내가 탄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좁다. 그는 내가 셀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폭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닭가슴살과 말싸움을 했으나, 나를 보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나 맞아. 내가 셀린이야. 가난해서 그랬어. 그걸 하면 돈 준대서. 서 작가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망연자실하게 닭가슴살을 뒷좌석에서 풀어주었다. 닭가슴살은 의기양양했다. 나는 그 살을 떼어 팔 수 있을지 생각한다. 내 살도 팔 수 있을까? 그걸로 글을 써야지.


잘 팔렸으면 좋겠다.


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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