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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쥰 Mar 19. 2023

인공지능의 시대 속 자연과학

인공지능과 자연과학에 대한 짧은 단상

ChatGPT를 세상에 내놓으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OpenAI (Photo. Pexels by Andrew Neel)


인공지능 그리고 챗 GPT


요즘 어딜 가나 '인공지능'과 '챗GPT'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창이다. 특히 내가 현재 공부를 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그 영향을 더욱 실감하는데,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에세이에 '챗GPT'가 활용되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회사 상사에게 쓰는 이메일, 그리고 비즈니스 문서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상상을 초월하는듯하다. 미국에서 만난 가까운 한인 이웃들이 '챗GPT'를 통해 문서를 다듬고 이메일을 수정하며 실생활에 직접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인공지능 (분명하게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최근 발표된 '챗GPT'가 대단한 이유는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절대 인공지능으로 완벽히 구현할 수 없다"라며 손사래를 쳤던 '언어 생성'의 장벽을 인공지능이 허물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어체계는 다른 어떤 규칙들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예측하는) 컴퓨터 알고리즘만으로는 언어를 유려하게 생성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던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을 챗GPT가 일시에 뒤집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마치 몇 년 전 '기계와 인간'의 대결로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복잡한 바둑의 규칙과 전략을 학습할 수 없을 거라던 주변의 우려를 깔끔히 불식시켰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설득력 있는 글을 통해 국가를 넘어 소통하고, 전문적인 과제를 평가하며, 투자자로부터 돈을 수주해야 하는 지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깔끔하게 정제된 언어와 방대한 정보로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인 문장을 완성해 주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어찌 보면 '자동차'나 '컴퓨터'의 등장과도 같은 것이리라. 이젠 인공지능이 알파고처럼 '단순히 묘기를 선보이는듯한 인공지능'을 넘어 우리의 실생활로 파고드는 '실용적인 인공지능'이자 하나의 기술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시대 속 자연과학은?


정보의 범람과 실용적인 인공지능의 도래를 두 눈으로 목격하는 나로서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인공지능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기존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또한 그와 함께 새로운 종류의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른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지금 이 글에서만큼은 내가 연구하는 자연과학, 좁게는 생명과학에 대해 한정 지어 고찰해보고자 한다.


GPT 기존의 무수한 정보를 학습하여 (사용자의 질문 속) 글을 이루고 있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가능성을 예측함으로 문장을 구성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떤 문장 속에서 A라는 단어 뒤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배치시킴으로 문장을 완성하는 형식인데, 학습한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여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도 그것에 맞는 정보와 적절한 문장구성으로 답변을 내놓는다. 뿐만 아니라 이때 사용자는 언어적으로 필요한 답변의 스타일, 뉘앙스, 그리고  글을 읽을 독자를 염두에  문장 구성까지 자유자재로 요청하여 결과를 얻을  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검색엔진을 통한 키워드 검색으로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보고 (searching), 추리고 (curating) 하나의 글로 정리해야 하는 (writing) 모든 노력과 시간을 하나의 알고리즘이 일시에 처리해 주는 셈이다. 인공지능 이렇게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많은 지식과 정보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것들을 예측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적 방법론은 인공지능의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과학탐구를 위한 '과학적 방법론'도 어디까지나 예측 (가설설정)을 필요로 하지만, 그 예측은 직접 실험을 통해 반드시 증명(가설검증)되어야만 한다. 실험을 통해 증명되지 못하는 가설은 폐기되며, 실험을 통해 증명된 가설만이 하나의 주장이 되어 학계의 동료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험 후 동료 평가로부터 인정받은 가설은 하나의 연구결과로 학계에 발표되어 마침내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증명되어) 발표되는 연구결과가 이전에는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연구결과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인간의 실험적 증명 없이 인공지능의 장기인 예측만으로는 온전한 과학탐구를 완료해낼 수 없음을 뜻한다.


내가 연구하는 생명과학을 예로 들어보겠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우린 생명체 내에서 발생하는 어떤 생명현상(가령 A)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 더욱 손쉽게 가설을 설계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은 생명체 내에 A라는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가능성 있는 여러 주장들을 정리하여 우리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해당 현상에 대해 가장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렇게 만들어진 가설은 반드시 (연구자의) 실험을 통해 증명되어야만 한다. 99%의 가능성을 가진 예측이라도 그것이 생명체 내에서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처럼 나는 자연과학이야말로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불리는 현시대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의 예측이 절대로 빚어낼 수 없는 '증명'의 영역을 성역(聖域)처럼 지니고 있는 보석 같은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생명현상은 단순한 예측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논리를 가진 가설조차도 촘촘한 실험을 통해 증명을 하다 보면 더 이상 증명이 되지 않아 폐기되기 일쑤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식의 토대가 결국 인간이 기존에 만들어냈던 수많은 정보들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발견을, 증명을 통해 만들어내는 '자연과학'이야말로 인공지능이 닿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자연과학 내에서도 인공지능의 역할이 빛을 발하는 연구분야가 있다. 예를 들면 이전에 있었던 대규모 연구결과들을 한데 모아 분석하여, 어떤 특정 원인과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추론하는 역학(epidemiology)이라든지, 생체 내 특정 단백질의 구조 안에서 가장 결합력이 좋은 화학구조를 후보군으로 새로운 약물을 탐색하는 약리학 (pharmacology)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인공지능이 가진 '예측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마저도 연구모델을 만들고 직접 실험을 설계하는 연구자의 수고가 필수적이다)



맺음말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인공지능의 발전이 '새로운 변혁'을 가져다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영역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인간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영역들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유와 담론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새로운 세상에 환희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염려와 걱정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앞으로 가져올 일들에 대해 경계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나는 선지자가 아니기에 장차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에 대해서 확실히 예언하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실험을 통해 자연현상을 증명하는 자연과학이야말로 인공지능 만능주의가 절대로 침범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가올 새 시대에 자연과학 분야에서만큼은 오히려, 우리 인간이 주체성을 갖고 인공지능의 능력(?)을 십분 이용하고 활용하여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의 규칙을 증명하고 또 난치성 질병을 치료할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또 기대한다.





*챗GPT에 대해 너무도 쉽게 설명해 주는 클립이 있어 함께 참조합니다 (출처.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님, 동아시아 유니버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 (1부) “인공지능 시대에 애플의 움직임이 없는 이유” 처음 듣는 챗GPT 이야기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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