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소리죠.
최근 들어 요가 수업 중 선생님께 자주 듣는 이야기는,
날씬하고 가벼운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람?
요가할 때 몸이 가벼우면 좋은 거 아닌가요 선생님.
그래서 채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신 거 아닌가요?
날씬하고 가벼우면 당연히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서 어느 정도 동작이 쉽게 잘 나온다.
그러니까 몸이 무거운 사람에 비해 할 수 있는 동작의 시작점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이야기.
하지만 점점 동작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기본기, 즉 탄탄한 기초와 코어 사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재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이 어렵고, 동작이 되더라도 부상의 위험도가 크다고 한다.
반면 몸이 무겁고 처음에 어떤 동작이든 잘 안되던 사람은 매우 기초의 기초적인 움직임부터 해나가지 않으면 동작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대신 이런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면 정말 바닥부터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라운딩(Grounding)이라고 하는 것, 예를 들어 다운 독 자세에서 손, 발바닥을 바닥으로 깊게 뿌리내리는 움직임이 기초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몸이 가볍고 대충 봐서 모양이 잘 만들어지는 사람은 제대로 그라운딩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를 알기 어렵다.
이런 그라운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동작으로 넘어갔을 때, 기초가 없는 사람은 바로 뽀록이 난다는 것.
그게 난가?
아무튼 요즘 거의 수업 시간마다 "모양만 만들지 마세요."라는 지적을 계속 듣고 있다.
나름대로 나는 열심히 코어를 잡고 그라운딩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내심 서운한 기분도 든다.
그런데 한 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어느 단계에서 더 이상 움직임이 늘지 않는 것 같다.
우르드바에서 컴업, 백벤딩 같은 건 전혀 어렵지 않게 하는데, 카포타사나는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된다.
쓸데없이 유연한 다른 부위에 비해 나는 어깨 가동 범위 자체가 좁고, 특히 왼쪽 어깨를 다쳐서 한동안 통증의학과에서 계속 치료를 받기도 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도 몇 달째 제자리인 느낌이다.
요 근래 핀차 성공하고 뽕에 취해서 어째 들떠있는 기분이었는데 선생님은 이런 나를 파악하신 건지 기초부터 다시 잘 살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으셨던 거 아닐까?
날씬하다는 이점을 이용해서 요행으로 요가하지말라는 것.
사실 날씬하든 보통이든 뚱뚱하든 쉽지 않은 것 같지만.
결론은, 기초부터 탄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