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의 계절인 여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왔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 하루아침에 기온이 서늘해진 거 실화냐며.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가 싶더니 불과 며칠 만에 패딩을 입어야 할 것 같은 계절이 성큼 코 앞에 다가온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 확실히 요가 동작이 어려워진다.
몸이 풀리는 속도부터 여름과 확연하게 차이 난다.
기본 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이미 몸의 체온이 어느 정도 올라가 있는 상태라 요가 시작 전에 몸 풀기를 굳이 많이 하지 않아도 동작을 들어가는데 무리가 없다.
이 것이 바로 여름 요가의 날씨 버프.
하지만 기온이 내려가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들이 수축하기 때문에 몸을 충분히 풀지 않고 섣불리 동작을 하다가는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아진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도 늘어놓은 것 같지만, 내심 여름이 끝났다는 것은 아쉽다.
한 여름 땀을 육수처럼 뻘뻘 흘리던 요가 수업은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추운 겨울보다 무더운 여름이 더 낫다.
찬 바람을 맞으면 관절들 하나하나가 서서히 고장 나는 기분인데 해가 지날수록 고장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재작년엔 고관절이, 작년에는 고관절과 어깨가, 올해는 멀쩡하던 손목도 이상하게 시리고 아프다.
내년에는 또 어디가 더 아파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또 같은 시간 요가를 하더라도 확실히 애플워치의 소모 칼로리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여름 요가와 겨울 요가는 많게는 100칼로리 차이가 난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요가 갈 때 껴입어야 하는 옷이 많아지는 게 은근히 귀찮은 일이다.
여름에는 요가복 위에 반팔티 하나 걸친 채 가볍게 슬리퍼를 신고 홀홀 나가면 됐는데, 겨울에는 겉옷을 두세 개씩 껴입고 양말도 신고 운동화도 신어야 한다.
참 번거롭고 준비하는 시간도 더 걸린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추운 날씨에 요가에 대한 단점만 줄줄 늘어놓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이처럼 추운 날씨에 대한 불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장점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요가원의 뜨끈한 바닥.
보일러 틀어놓은 요가원 바닥은 수업 마지막에 사바사나가 끝나도 일어나기 싫어진다.
그냥 그대로 바닥에 박제된 채 잠들고 싶은 뜨끈함.
날씨 버프는 사라졌지만, 대신 보일러 요가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