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온 이방인에서 현지 요가원의 멤버로
런던에 와서 요가를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
처음에는 이방인 신분인 내가 뭘 해도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꾸준히 수업을 나가다 보니 이제는 얼굴을 익힌 티쳐들과 같이 수업 듣는 몇몇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왓츠앱 번호도 주고받는 친구도 생겼다.
솔직히 나는 아무도 못 사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사람들과 친해졌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확실히 요가를 잘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듯?
한국에서는 지금 K하타가 유행하면서 극단적인 후굴 동작들까지도 잘하는 사람들도 넘쳐나지만, 런던에는 후굴 자체를 잘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이곳 사람들은 핸드 스탠드, 암발란스 같은 건 기똥차게 잘하면서도 우르드바 다누라도 거의 잘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한국만큼 후굴 시퀀스가 많지도 않다.
이 와중에 K하타의 스파르타 후굴 트레이닝을 해 온 내가 수업 시간에 에카 파다나 드롭백, 컴업을 마구 해대고 있으니 그 사람들 눈에는 그게 엄청 신기해 보였나 보다.
"Your back bending is amazing!"부터 Grace back bending, the best back bending person 등의 민망할 정도로 온갖 칭찬을 하며 수업 후 탈의실에서, 복도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실 후굴이야 몇 년간의 피나는 노력 (어깨도 나가고 갈비뼈도 금 가서 내내 병원 신세를 져야헸던)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핸드 스탠딩은 완전 왕초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런더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굴을 몹시 잘해서인지 그냥 나는 동양에서 온 요가를 개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나 보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You don't need the wall."이라고까지 이야기해서 당황했다.
"나 핸드스탠딩 못 해, 벽 필요해."라고 했더니 "아니야, 너는 필요 없어."라는 소리를 들어서 도대체 얘는 나를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어서 눈에 띄면 확실히 사람들이랑 친해지는데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나를 엘라스틱 인간이라고 부르는 Siliva로부터 11월에 요가 클래스 사람들끼리 연말 모임 할 건데 나도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도 처음이고 현지에서 친구를 사귄 것도 처음인데 이런 모임에 초대까지 받다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엉엉.
사실 런던에 와서 학교 수업 가는 것 말고는 지인도 가족도 없어서 요가하는 것 말고는 외로움을 달랠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는 요가원에서 친구도 만들고 현지인 멤버 그룹에 포함된 것 같은 소속감까지 생겨서 너무 기쁘다.
다만 한 가지 살짝 힘든 점이 있다면, 이제는 수업시간마다 나의 백벤딩 능력을 증명해 내야 하는 것 같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그래서 피곤한 날이든 컨디션이 저조한 날이든 무조건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 생겼다는 것?
그 덕분인지 한국에선 절대로 안되던 카포타아사나가 런던에서 수련을 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니 내가 한국에서 아파서 절대 못한다고 한 것은 엄살이었나 하는 생각도 상대적으로 들기도.
런던 친구들이 너는 어떻게 그렇게 후굴을 잘하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은 요가 수업에서 후굴을 많이 연습하고 나는 그렇게 잘하는 편도 아니라고, 엄청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이야기했더니 다들 동공지진.
그렇지만 확실히 유럽 사람들은 피지컬이 남달라 핸드 스탠딩은 비교도 안되게 잘한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연습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