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나를 용서해 줘!

by Clare books

톨스토이(1828-1910)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이후인 1886년 발표한 중편소설이다.


“여러분, 이반 일리치가 죽었다는군요.”

이반 일리치의 판사 동료들이 신문에서 그의 부고를 접하는 장면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어떤 이는 빠르게 이 죽음에 따르는 승진이나 인사이동을 계산하며, 어떤 이는 죽은 이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쁨의 감정을 느낀다. 그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고 애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45년 생을 이 한 문장으로 평한다.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인생사는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이반 일리치는 유능하다고 인정 받는 고등 법원 판사이다. 최근 인사 이동으로 두 직급 승진과 연봉 대폭 상승이라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꿈꾸던 훌륭한 집을 구하여 새로운 도시로 이사왔다. 결혼 십칠년 만에 처음이기는 하지만, 아내와도 화목한 부부관계로 회복된 참이다.

천정이 높은 그의 응접실은 비단, 꽃나무, 양탄자, 청동 조각품 등,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부류가 갖추는 중후하고 화려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신분이 높은 신사 숙녀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며 최고급 상류사회의 일원인 듯 충만한 삶을 즐긴다. 모든 것이 매우 좋았다.

알 수 없는 묵직한 통증과 불편함이 그의 삶을 엄습하기 전까지는…


그는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린다. 애써 희망을 가져보려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울 만큼 병이 위중해진다. 그런데 그 고통과 절망은 오직 그 혼자만이 감당하고 겪어내는 몫임이 분명하다. 주변의 그 어떤 이도 -아내도 딸도 의사도 지인들도- 그의 몸이 겪는 고통을 공감할 수 없으며, 공감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누구든 자기를 아픈 아이처럼 그저 불쌍히 여겨주길, 상냥히 쓰다듬고 입을 맞추고 자신을 위해 울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연민하지 않음이 병의 고통보다 더욱 그를 괴롭혔다. 그에게 죽음이 가까와지고 있다는 진실조차 모두가 외면하고 거짓 평온으로 덮었다.


톨스토이를 통해, 이반 일리치를 통해, 사랑과 연민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본다.


이반 일리치는 병의 고통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또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당당히 맞서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결코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로 인해 세상이 있는 것인데,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그러면 나는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그런 일은 나에게만은 결코 없다고, 나의 존재만은 영원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어느날 불현듯 큰 고통, 그리고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 순간에 인간은 신에게 외치게 된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왜 나에게 이 고통이, 죽음이 찾아왔는가? 나의 삶은 매우 정당했으므로, 이 고통과 죽음은 부당하다!

중년 이후 성경 연구에 깊이 빠져든 톨스토이는 이 외침에 해답을 주지 않는다. ‘그냥 그런 것이다’ 라고, 인간이 겪는 고통과 닥쳐오는 죽음에는 이유가 없고 피할 길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의 삶은 정당했다는 이반 일리치의 외침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이는 죽음으로 빨려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를 더욱 괴롭히기만 했다고 톨스토이는 말한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그 자신만을 위한, 자신의 만족만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진실한 관계 맺음이 없었다.. 그는 주어진 삶의 시간 동안에 사람들을 더 사랑해야 했고 불쌍히 여겨야 했다. 그는 아내를, 딸을, 아들을 불쌍히 여기며 사랑하지 못했고, 귀중한 시간을 그저 흘려 보냈다. 그는 병의 위중함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라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를 용서해 줘’ 라고 외쳤어야 했다. 슬퍼하는 아들을 껴안고 함께 울어야 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용서해 줘'라고 말하며 모든 이에게 용서를 구한다. 이 고통으로부터 자신이 구원받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들 또한 구원 받기를 구했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며, 그들이 아프지 않기를 구했다.

바로 그 순간, 그를 괴롭히던 모든 것이 터져 나오며, 이반 일리치는 죽음을 지나 빛으로 들어간다.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기쁠 수가!" 라고 그가 외친다.


톨스토이는 그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죄함을 통해,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죽음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순간을 보여주고자 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 김연경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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