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소연/돌고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이소연, 돌고래 ★★★★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매달 하는 자신과의 싸움은 ‘이번 달은 옷을 사지 말자’인데 여전히 쉽지 않다. 첫 직장과 직무가 패션회사 MD였으니 옷에 대한 애정은 옷이 그냥 의식주의 영역인 사람들에 비해서는 상당한 편이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 역시 습관적으로 패션에 대한 소비를 했고 ‘산다’보다 옷을 ‘모은다’의 느낌으로 옷을 수집했다고 한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는 산다 보다 모은다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특히, SNS가 본격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때 취미로 시작한 OOTD(그날의 옷 사진을 올리는 계정)계정은 패션업계로 들어갈 수 있던 지름길이 되었으니 굳이 안 사도 되는 옷을 구매할 수 있었던 최고의 핑계거리였다.
독립을 하면서 내가 ‘이런 걸 왜 샀지?’ 하는 옷들이 한 무더기로 있던 걸 발견했다. 거기에 쓴 돈도 아깝고,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샀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며 나아가서 더 이상 이런 짓을 하지 않기 위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패션소비와 기후위기의 관계 탈소비와 세련됨의 양립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던 차에 이 책은 꽤 많은 답을 제시해줬다.
합리적 쇼핑은 상상에만 존재하는 유니콘처럼 애초에 없는 개념인지도 모른다. 당장 필요한 것이 없는데 그저 싸다는 이유로 핫딜, 타임딜 메뉴를 들여다본 경험을 떠올려보자. -95p-
패스트 패션을 분석해준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내가 주로 구매해왔던 스타일의 옷들이 대부분 그런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옷들이었기 때문이다. 옷이 만들어지는 멋져 보이는 것은 패션회사들의 이미지 마케팅이라는 것. 명품,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디자인을 토대로 하위 브랜드들이, 그리고 스파 브랜드들이 엄청난 속도로 옷을 생산해 내는 것이 됐다. 공장은 빠른 생산 기술이 노하우가 됐고 디자이너는 ‘트렌디’해 보이는 디자인을 ‘빠르게’ 생산해 내야하는 사람이 됐다.
패스트패션, 대형 패션회사들의 트렌드 마케팅 등은 생각보다 더 많은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나에게는 아픈 고민 지점이었다. 공정을 소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3세계의 노동착취, 막대한 헌 옷 쓰레기,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린 친환경 마케팅 등. 브랜드들의 멋진 룩북 뒤에 숨겨진 아픈 상황들은 다들 조금씩 알면서도 외면하는 부분일 것이다. 마지막에 옷 소비에 관한 소소하고도 현실적인 팁을 적어 놓은 부분은 생소했던 정보들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패션은 ‘행위’나 ‘활동하는 것’ 또는 ‘만드는 것’을 뜻하는 라틴어 팩티오(factio)에서 유래한 단어다. 여기에는 양식, 방식, 유행, 관습 습관 등 많은 뜻이 담겨 있는데, 말하자면 모든 생활양식 자체가 패션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다양한 정의처럼 나도 그저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내 것이 아닌 사람과 자원, 미래를 착취하고 낭비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30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