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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라야노을 Jan 21. 2023

지천명의 나이에 알게 된 것들

참고 희생하면 복이 오지 않고 병이 온다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던져준다. 언제나 적절하고 무난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겠지만, 심성과 습관은 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선택을 유도하기 마련이다.

그런 선택들이 모이다가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으로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균형과 조화 없이 쌓이는 것들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널브러진 선택의 조각들 속에 아픔, 회한, 후회 같은 것들이 남는다.

인생은 참 무심하고 가혹하다.


가장 믿을 수 없는 게 사람의 감정이고, 가장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의 심성이다.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갖지 못한 것에 집착하게 되는 간사한 마음이다. 엄마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실 때는 눈만 뜨시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그 이상의 기적이 일어났음에도 덜 회복된 부분에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에 흠칫 놀라게 된다. 간사한 감정의 소유자는 오늘도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있고, 화낼 줄 모르며 살아온 심성의 엄마는 오늘도 자상한 목소리로 '내가 미안해'라고 하신다.

인생은 참 미안하고 미련하다.


긴 병에 효자 없지만, 남편도 친구도 친척도 없다


건강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의 '모든 것'이 '명예와 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다. 엄마의 거동과 인지 상태가 핸드폰을 사용하실 수 있을 정도가 아님에도 서랍에 넣어둔 채로 4년 넘게 요금을 내왔다. 핸드폰을 없애는 것이 엄마의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일처럼 느껴져서 해지하지 못하다가, 달라진 엄마의 인간관계를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되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엄마의 핸드폰 번호가 사라지던 날, 착잡한 마음으로 인생무상에 대해 생각했다.

인생은 참 덧없고 허망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새로워질 수 있다


낮에는 노치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화투를 치시다가, 저녁에 집에 오시면 차 한잔 마시면서 TV 노래를 따라 부르시다 잠이 드신다.  자식인생 뒤치다꺼리하랴 괴팍한 남편 비위 맞추랴, 평생을 동동거리며 살아온 엄마 인생에 드디어 휴식이 주어졌다.

인생은 참 고약하고 얄밉다.




논어에 나오는 지천명의 의미는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것"이다.

하늘의 뜻은 내가 알아낼만한 것이 아닐 거 같고, 나에게 부여된 최선의 원리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지천명을 맞이하며 맞닥뜨리는 인생의 화두는 '이별'인 것 같다.

장성한 자식들의 독립, 큰 병마와 싸우고 있거나 세상을 떠난 선후배들 소식, 그리고 이제는 다른 이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아가실 수 있게 된 노쇠한 부모님.

이별은 준비 없이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는데,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어가도록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 나에게 부여된 첫 번째 최선의 원리일 듯싶다. 

인생은 오늘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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