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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Oct 04. 2022

7월의 시드니

은행 대출 이자 상승으로 가계부담 늘어 

2022년 2월부터 호주는 국경을 다시 열었습니다. 그래서 시드니 교민들이 2년 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을 보기 위해서 한국으로 많이 떠났고 저도 아버지 산소도 보고 혼자 계신 어머니도 보려고 한국을 갔지요. 2월 말에 한국 가서 7월 중순에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습니다. 5개월이면 이민을 다녀온 셈이지요. 결국은 그래서 <월간 시드니>를 쓰지 못했음을 변명하고 앞으로는 꾸준히 써보겠다는 의지를 글로 기록합니다.  


<월간 시드니>의 의도는 개인사보다는 독자들이 관심 있을 시드니의 사건들을 정리하는 것이었지만 지난 몇 달 동안은 정말이지 내 몸하나 건사하는 게 힘들어서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 쓰고 뉴스 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개인사를 중심으로 시드니 애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부쩍 살아내는 게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2020년 계약했던 홈&랜드 패키지의 집이 완공이 되어서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는 날 아침에 시공사(Builder) 책임자를 집 앞에서 만나 열쇠를 받고 입주를 하게 되었지요. 땅이 330 m2 (100평), 건물이 160 m2(50평) 되는 2층짜리 방 4, 화장실 3, 주방, 거실, 차고 1 있는 벽돌집입니다. 



호주의 홈&랜드 패키지라는 것은 구매할 당시에는 빈 땅에 도면만 보고 계약을 하고 1여 년에 걸쳐서 기초, 골격, 내 외장, 설비, 인테리어까지 단계별로 진행합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락다운으로 인한 공사 중단, 물류대란으로 자재값 상승, 공사 기간도 연장되고 계약 당시보다도 추가금액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한국 여행 일정과 조율해서 공사일정이 몇 달 연기되는 수준에서 마무리했고, 계약 시 추가 가격 없음(Fixed price)로 계약을 해서 추가금액 없이 끝났지요. 물론 공사가 연기되어도 은행이자는 꼬박꼬박 내어야 돼서 비용이 발생하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호주의 부동산 가격이 20~30%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니지요. 

페인트 냄새가 나는 새집에 내가 사용하던 침대, 옷들을 걸어두고 내가 쓰던 가전제품들이 자리를 잡고 친구들을 불러 모닥불도 피워 집안에 사람 냄새와 온기로 채우기 시작합니다. 뒷마당에 벽돌로 쌓아 올려 나무도 태울 수 있게 하고 캠핑용 의자를 초록 초록한 잔디 위에 펼쳐두니 갬성도 납니다. 이게 호주 라이프인가요? 


행복도 잠시이고 코로나 기간 동안 유례없던 초저금리가 막을 내리고 금리가 오리기 시작하니 호주 라이프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매달 한국은행 같은 호주의 RBA (Resreve Bank Australia)는 cash rate를 발표하고 시중은행들은 영업마진 2% 정도를 부쳐서 은행 대출이자를 결정하지요.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11월부터 0.10% 로 역사상 최저금리를 유지하다가 엔데믹을 선언한 2022년 4월 0.25%, 5월부터는 0.5%씩 매달 올리고 있지요. 



매달 0.5% cash rate 가 올라가면 은행들은 융자대출 역시 따라서 올라가고 대출받아서 집을 산사람들이 내어야 할 이자도 올라간다. 예를 들어 500,000불(4억 5천만 원)을 대출한 가정이라면 0.5% 이율이 올라갈 때마다 매월 180불(15만 원) 정도 더 내야 됩니다. 그런데 4월에 0.25%, 5월에 0.5%, 6월에 0.5%, 7월에 0.5% 3개월 만에 2%가 올랐으니 추가적으로 700~1,000불 (60~90만 원)을 은행이자로 더 내어야 되니 한 달에 은행이자만 3,000불(270만 원) 정도가 되어버렸어요. 


하우스푸어가 이런 것인가요? 은행이자를 내는 날이 다가오면 은행 잔고를 하루에도 여러 번 확인하고 전기세, 세금 등 자동이체로 성큼성큼 빠져나간 돈들과 드문드문 들어올 돈들의 잔고를 맞추기에 바쁘네요. 돈 맞춘다고 맘의 여유도 없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날도 늘어가고요. 그래도 나보다 집이 돈을 더 많이 벌어오기 때문에 집을 모시고 살고 있지요. 


7월의 시드니! 차가운 겨울 공기가 한국에서 가족들과 보내며 즐겼던 촉촉함과 따뜻함을 말려버리고 식혀버립니다. 여기 차가운 이자율까지 더해지니 더욱 겨울이 긴장되고 추워집니다. 하지만 집 뒷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나무 태우는 향기로 공포와 긴장을 잠시 잊고 맥주 한잔하면서 또 이 시기를 잘 견디면 봄이 올 것을 알기에 꾸역꾸역 7월을 살아낼 것입니다.  

      


여기까지 시드니이작가가 기록한 7월의 시드니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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