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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Dec 31. 2022

12월의 시드니

NSW 주립미술관 신관 오픈 

2022년 마지막 <월간 시드니> 글이 될 12월의 시드니는 고심 끝에 얼마 전에 오픈한 NSW 주립 미술관으로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12월 마지막날인 오늘 아침 한 글자씩 써 내려갑니다. 


기존의 NSW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SW)은 NSW 총독(Governor)의 관저가 있던 영지(Domain)에 이미 150년전에 건축되어 이후 해외, 호주작가의 작품을 컬렉팅 하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전시하는 등 호주 공공미술의 중심 역활을 해오고 있어요. 이글에서는 기존의 NSW 주립미술관은 편의상 구관(existing building)으로 오늘 소개할 2022년 12월에 오픈한 건물은 신관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남쪽빌딩, 북쪽빌딩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3년의 공사끝에 주립미술관이 두개가 되었는데 아직 공식적인 이름을 발표하지는 않았어요. 


구관 바로 옆에 있는 통유리로 된 신관에 들어서니, 브론즈로 된 거인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실내가 들어가니 자연광이 밝게 비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름처럼 생긴 의자가 로비에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정말로 이 갤러리의 주인인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실제로 보태닉가든(Royal Botanic Gardern)에 있는 갤러리까지 가려면 기차나 버스에서 내려서 하이드파크(Hyde Park)를 지나 10분 정도는 걸어야 되어서 본격적으로 갤러리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땀을 식힐만한 편안한 공간이 딱 필요하지요. 


맘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바깥과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떠날 차례입니다. 들어온 입구는 G층입니다. 1788년 영국죄수를 실은 배가 오기 전에 원주민 (aborigin)이 이 땅의 주인이었으니 이 공간은 원주민의 작품으로 시작하는 게 삶의 역사와 전통을 빼앗긴 원주민들에 대한 존중과 미안함을 표하는 것이지요. 바닥은 옛날의 그 땅처럼 블루마운틴의 자갈이 깔려 따뜻하고 벽과 지붕은 구름처럼 햐얗고 창밖으로는 보태닉가든의 숲이 보이며 빛은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지하 1층 (B1), 지하 2층(B2)은 현대미술이 전시되어 있는데, 현대미술은 한 번쯤 들어봤던 르네상스, 바로코같은 사조와는 달리 원칙도 없이 작가의 창의적인 관점, 기법을 볼 수 있으니 편하게 사진도 찍고 인스타에 올리고 친구들과 작품에 대해서 느낀점을 이야기하서도 됩니다. 이것이 현대, 모던아트입니다. 



그래도 몇 작품을 꼽으라면 김수자(b1975, 설치미술가)의 행위미술과 구본창(b1953, 사진작가)의 백자사진을 추천하고 싶네요. 국뽕맞습니다. 그래도 한국작가가 호주에서 전시를 하는데 마음이 가고 발길이 안 갈 수가 없지요. "우리나라 사람이다."라고 외치고 싶지요. 


김수자작가는 마음의 기하학이라는 작품명으로 참가자들이 시원하게 시드니항을 바라보며 공간을 가득채운 큰 테이블에서 조금한 의자에 앉아 찰흙으로 공을 빚습니다. 공모양을 만들라고 시킨 사람은 없는데 아무도 네모, 세모를 만들지 않고 공모양으로 만드네요. 아무도 기존의 사람들이 해왔던 것을 깨지않고 하던 대로 하나봅니다. 그래서 우린 작품을 보러오고 예술가가 되지 못한 걸까요. 어쨌튼 이 행위예술 작품명이 <마음의 기하학>입니다.  


마지막 지하 4층 (B4)은 1942년 2차대전 호주해군들이 비밀리에 사용했던 오일탱크를 전시관으로 꾸몄습니다. 빛이 스며들지 않은 은밀한 지하공간에 몇 개의 조명으로 작품을 비추며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어린 시절 숨밖꼭질하면 몰래 숨어있던 지하실, 술래가 빨리 나를 찾아서 무서운 이 공간에서 꺼내주었으면 하던 그곳이 생각이 납니다. 오랜 기름냄사와 전쟁의 역사가 깊숙히 공기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다시 G층으로 올라오면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작품이 쨍그랑거릴 것 같은 파아란 시드니 하늘만큼 원색적으로 땡땡무늬를 찍으며 꽃 피우고 있고요. 아무래도 여기서 가장 주목할 작품은 Art Gallery of NSW 건물 자체입니다. 프리처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SANAA 가 디자인하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축 이후 3,000억 원이라는 가장 큰 규모의 투자라고 하니 정말 플랙스 지리는 호주의 공공미술입니다. 참고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 1000억원 비용으로 완공되었습니다.  


2022년 정말 다사다난했지요? 코로나에, 이태원참사에,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2023년에는 서민들 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고 하니 벌써 걱정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습니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이 비싼 NSW 주립미술관에서 가오있게 작품도 감상하시고 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올 한 해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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