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크루즈에서 룩소르까지 전지적 인솔자 시점
아스완에서 출발한 크루즈는 2박 3일간 나일강 하류를 따라가면서 룩소르까지 간다. 하루는 악어신을 모셨다는 콤옴보신전과 다음날은 매형상을 한 호로스 신을 모신 에드푸 신전을 하나씩 보고 룩소르에 도착하였다. 나일강에서 현재도 악어사냥을 할 정도로 악어가 많았는데 강력한 이빨과 턱, 단단한 갑옷 같은 피부를 가진 악어가 연약한 인간을 지켜주길 바랐던 모양이다.
그리고 매의 형상을 한 호로스는 악을 물리쳐서 성공과 행운을 상징한다. 그래서 호로스의 눈은 목걸이로 액세서리로 기념품 가게에서 잘 팔린다. 악어, 매, 개, 따오기가 신으로 섬긴 것이다. 하기야 우리는 돌, 나무, 산도 신령한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고 기도하였으니 크게 신기한 일도 아니다.
이제 한국어가 서툰 이집트 현지 가이드가 하는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집트의 생소한 파라오의 이름이나 연대가 중구난방으로 등장하니 처음에 시험에 나오느냐 귀 기울여 듣다가 구체적인 신화나 의미들은 돌아가서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당장 여기서는 귀를 닫고 눈에 담아 가자는 생각이다. 다들 신비한 고대문명과 미스터리 그리고 전설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는데 가이드한테 해결이 안 되니 짜증이 밀려온다.
나일강을 타고 하류로 갈수록 겨울바람이 거세지고 감기 걸리는 사람도 생기고 여행 4-5일쯤 되어가니 연로하신 데다가 피곤해지고 총제적 난국이다. 나 역시 이집트 처음 간 인솔자인지라 모든 게 처음이다. 크루즈 타면 강바람 세며 와인 한잔 하며 여행 애기도 하고 밤하늘에는 별을 보며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며칠을 생각했는데 배에 갇혀있으려니 갑갑하고 나 얼굴만 쳐다보는데 나도 할 애기 없고 결국 가족사까지 거론하며 티타임도 갖고 룩소르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육지를 밟는다. 여기는 상이집트의 옛 수도였던 테베, 룩소르이다. 한국의 경주 같은 곳이지. 아침에 버스를 타고 나일강의 서쪽으로 간다. 나일강의 서쪽은 파라오들의 무덤이 있던 죽음의 땅이다. 왕가의 계곡같이 파라오의 공동묘지 같은 곳이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워낙 피라미드가 도굴이 심해서 신왕국이 되면 거의 무덤에 묻고 신전을 만들고 오벨리스크를 세우는 트렌드로 바뀌게 된다.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도 여기 무덤 중 하나에서 발견되었는데 유일하게 도굴이 안되고 온전히 발굴되었다. 그 이유인즉슨 어린 10살에 즉위하고 20살에 죽은 불쌍한 투타탄카멘은 살아서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파라오였으니 화려한 금빛에 파란 마스카라를 한 황금마스크를 앞세워 관광 이집트를 이끌고 있는 관광의 신이 되었다. 참고로 황금 마스크는 룩소르가 아니라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있다.
왕가의 무덤에 60여 개의 무덤 중에서 3개 정도를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 관람했다. 하얀 대리석 기둥에 상형문자가 망자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고 천창엔 파아란 하늘과 빛나는 별들이 검은 화강암에 미라로 변한 망자를 지켜보고 있다. 이제 망자는 파피루스로 만든 배를 타고 태양의 신에게로 나아갔으리라. 신왕국의 무덤들이니 대략 BC1000년경 지금으로부터 3000년경인데 묘실의 색들은 여전히 화려하다.
룩소르는 1000년 고도 경주처럼 오랜 이집트의 수도였기 때문에 하루가 부족하지만 볼거리가 참 많다. 멤논의 거상은 3000년 묵은 먼지를 떨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다. 최초의 여자 파라오였던 하셉수트의 신전은 그리스로마에게도 고대문명이었고 신전의 정석이었을 것이다.
또한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은 람세스 2세 때 건축된 이집트 최고의 신전들인데 양 스핑크스와 파피루스 열주는 입이 턱 벌어진다. 제작과정의 난이도와 제작연도뿐만 아니라 지금 봐도 건축학적으로 위엄과 군형을 느낄 수 있으며 아름답고 웅장하다.
게다가 건조한 2월의 룩소르 공기는 고대문명에 더욱 경건해지도록 하며 거리는 깨끗했고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소녀들은 한국인들에게 더없이 친절하였다. 대추야자나무가 사막 한가운데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나일강변을 따라 농사를 짓고 어딘가에는 석류나무가 익고 있는 이곳 룩소르 이집트 최고의 장소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