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 Story Our Sydney

Art Gallery of NSW

by 시드니 이작가

시드니에서, 아니 호주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미술관은 바로 Art Gallery of NSW이다. 호주의 역사가 1787년에 시작되어 250여 년 된 비교적 젊은 나라인 것을 감안하며 세계 5대 미술관인 대영박물관(런던), 루브르(파리), 오르세(파리), 우피치(피렌체), 프라도(마드리드)처럼 수세기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의 미술관과는 양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여행에서 비싼 입장표를 구매하려 줄을 서고 미술책에서 봤던 명작들을 인파에 휩쓸려서 확인하며 고행했던 경험이 있다면 Art Gallery of NSW 처럼 안락하고 여유롭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나는 가이드로 일하면서 항상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는 직업이라 손님들과 갤러리에 올 때도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갤러리에 와서 백여 년 전 아님 수십 년 전의 혁신적이고 발찍한 작가들의 상상과 도발적인 그림을 보며 삶의 활력과 영감을 받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드니 사람들이 비슷한 맘일 것 같은데 얼마 전 갔던 Archibald 100을 중심으로 Art Gallery of NSW를 소개하려 한다.


1872년에 건축된 건물이 갤러리의 하드웨어(Hardware)라고 하며 Archibald는 소프트웨어(Software), 켄텐츠(Contents)라고 볼 수 있다. 물론 1921년부터 100년의 역사를 가진 Archibald 말고도 좋은 전시회, 특별 전시가 항상 있지만 대한민국 미술대전처럼 그 당시 시대상과 상징성을 가지며 많은 호주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으로 Archibald 만한것이 없다.


JF Archibald는 1880년 첫 선을 보인 Bulletin 매거진의 설립 편집자이고, 유능하고 젊은 저널리스트가 호주의 대중문화를 선도했음은 쉽게 추측 가능하고 매거진에 실릴 그림, 사진을 위해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기도 하였다. 이게 시작이 되어 사후 그의 이름을 빌려 Archibald Prize는 호주에서 거주하면서 인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 중에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여 상을 주는 것이다. 심사는 Trustee of Art Gallery of NSW 가 담당을 하고 매년 800여 개의 작품들이 경쟁을 펼치다가 최종 40여 개의 작품이 Finalist로 올라가고 그 중 하나의 작품만이 Winner가 되는 형식이다.


권위 있는 상이 대변해주듯이 사람의 얼굴, 초상이란 호주 미술계에서 가중 중요한 소재이다. 그러나 차후에 President of Art Gallery of NSW 였던 John Sulman의 이름을 빌려 장르 중에서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Sulman Prize 도 생겨나고, 호주의 풍경과 자연을 담은 Wynn Prize 도 더해졌다. 또 일반 시민들이 뽑은 People choice Prize,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선정한 Packing choice, 어린이들이 그린 Junior Archibald Prize 도 있어서 호주의 미술 축제가 더욱 풍성해졌다.


지난 100년간의 Archibald를 따라가면 호주 미술의 역사를 볼 수 있는데, 1920년대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천재들의 큐비즘, 초현실주의가 다운 언더 (Down Under), 호주에는 살짝 비껴간 고전주의풍의 작품을 WB McInnes와 John Longstaff를 중심으로 10여 년간 장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38년이 되어서야 남자들의 영역이었던 미술이 Nora Heysen 이란 여성이 Archibald의 주인공이 되면서 깨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여전히 백인 남성 위주의 미술 그림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William Dobell 처럼 몽환적이고 만화의 캐리커쳐 같은 초상이 시도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80년, 90년 모더니즘 이후에는 좀 더 자유롭게 Brett Whitley의 거울에 비친 자화상이라든지 호주 거장 John Olsen의 야누스의 두 가지 면을 가진 자화상들이 논란 속에 작품품이 나오기도 한다. 현대에 들어서 Ben Quilty와 Del Kathryn Barton처럼 40대의 젊은 작가들이 가족, 동료 예술가의 얼굴을 소개로 그리면서 유명 정치인, 총리 등 권위적인 주제에서 벗어난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물론 아직도 원주민과 아시안 같은 소수자들에게는 넘어야 할 벽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 이 역시도 너무 진부한 소재가 될 날이 올 것이다.


Art Gallery of NSW는 고된 일상의 삶에 영혼이 지쳐서 쉴 곳이 필요할 때 엄마의 품처럼 따뜻이 머물다가 갈 수 있는 둥지 같은 갤러리이다. 식민지에서 약탈한 전시품도 아니고 콧대 높게 입장하려고 몇 시간을 줄 설 필요도 없이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호주의 미술사를 둘러볼 수가 있다.


시드니에 온다면 아니 시드니에 사는 분이라면 두세 달에 한 번은 갤러리에서 기계처럼 사는 일상에 창의성과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윤활유처럼 촉촉이 감성을 돋게 할 곳이니 Art Gallery of NSW를 즐겨찾기 장소로 추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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