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dy BAE

북극에서 냉장고를 팔고 사막에서 히터를 팔 사람

by 시드니 이작가

테디 형의 한국 이름은 배남훈이고, 영어 이름을 Teddy라고 하여 성을 같이 붙이면 테디배, 테디 베어(Teddy Bear)처럼 들리기도 한다. 꿀을 입에 한 가득 먹고 있는 것처럼 얼굴도 동글 동글하고 배도 불룩한 중년의 아저씨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순한 곰이 아니라 오히려 계산도 빠르고 성격도 급한 여우 같은 형이다. 곰의 탈을 쓴 여우이다.


홍익대 93학번이고 한국에서 제약회사 영업을 하다가 치열한 경쟁 속의 삶이 싫어 호주로 이민을 왔다. 이미 혼자가 아니라 결혼한 부인과 갓난 아기를 데리고 영주권 받기 쉬운 회계학 석사를 공부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야간에 청소를 하며, 하숙생을 챙겨가며 한국만큼이나 치열하게 고생하며 이민생활을 시작하였다.


세월은 지나고 둘째도 태어나고 석사 졸업 후 타고난 영업력으로 공항 운전일도 하고 교회의 서적과 성경책 등을 한국에서 사와서 배달도 해주고 교회에서 주일교사도 하며 동네에 하나씩은 있는 홍반장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2009년 LG전자 호주법인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나는 만나게 되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정 많은 곰이 아니라 좀 차갑고 경계하는 듯한 첫 만남이었지만 나한테는 지난 12년간 "동생, 뭐하시나?" 하며 내가 힘들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는 형이다. 이제는 LG를 퇴사하고 에어컨을 수리 설치하는 개인사업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었고, 두 아들도 건강히 커서 호주의 주니어 국가 대포 탁구선수가 되었으니 맨손으로 시작해서 말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살만해졌다.


그런 형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호주에서의 사업도 아이들 교육도 정리하고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이 형은 한다고 생각하며 또 바로 실행을 하는 성격이라 말의 무게가 더욱 느껴졌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교회가 고향이자 가족인 형에게 청년 시절 같이 했던 교회와 친구들이 있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점점 무표정해지고 가슴이 서늘해지는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다면서 말이다.


한국 들어가도 당장 살 집도 없고 40대 중반에 새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테고 또 호주에서 큰 애들이 아무리 탁구 특기생이라 하더라도 한국 교육에 적응할 수 있을는지도 장담 못할 일이다. 그런데 테디 형은 마른오징어에서 물을 짜 낼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라 어디서든지 잘 살 수 있을 거랴 생각된다. 하지만 항상 의지되던 사람이 간다는 생각을 하니 맘이 좀 시려지기 시작한다.


어제는 친구 JW의 아버지가 한국에서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하셔서 1~2년 생명 연장하느니 그만두고 싶어 하신다며 한숨을 쉰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멀리있는 외아들에게 치료를 그만 받고 싶다고 말을 하실까? 그 슬픔과 고통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 친구는 당장 한국에 가서 부모님과 여행도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당장 호주에서 한국을 가면 언제 다시 호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맘만 조리며 죄스럽게 살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설이기도 했었고 또 2021년은 백신도 나오고 해외관광업이 재계될 거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게다가 영국발 남미발 변이종의 출현과 장기화되는 국경 폐쇄로 이미 올해도 나의 본업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우울하고 고민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다.


불혹이라는 40은 개나 줘 버려야지.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여전히 많은 질문들에 유혹을 받고 있다. 어떤 이는 주식으로 또 어떤이는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누구는 유튜브 스타가 되고 또 누구는 코로나와는 관계없이 직장생활 집에서 편하게 하면 잘 지내고 있다. 나만 힘든것 같다.


좀더 생각해보면 JW도 테디 형도 말하지 못하는 맘속의 슬픔과 눈물을 삼키며 웃으며 살고 있을 테다. 어쩜 이글을 읽고 있는 내가 모르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도 직업을 잃고 외롭게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게나 이글이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힘든 사람 여기 몇명 추가요라고.


형이랑 함께 했던 LG에서의 회식과 노래방 그리고 특별하지 않았지만 12년이라 시간이 얼굴의 주름가에 그을린 피부에 담겨져있다. 그래서 형을 위한 글을 쓰면서 고마움을 글로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글로 우리를 위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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