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어게인, 다시 보는 그 시절 콘텐츠 시리즈
호소다 마모루의 여름은 늘 따스하다. 덕분에 한 겨울에도 여름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다시 보며, 좋아하는 말 대신 할 수 있는 다른 언어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다. 굳이 좋아한다고 말 하지 않아도, 오히려 그들의 관계와 추억이 묻어나 있어 더 마음이 전해지는 말들을 되짚어 보았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과거에도 지금도 이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펑펑 울며 돌아가는 마코토에게 다시 돌아온 치아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 대사 하나로 영화의 모든 감성과 개연성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가 얼마 만큼의 미래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두 사람이 재회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둘은 이 말로서 다시 한번 서로의 기억을 붙잡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내 유카타 입은 모습 보고 싶지 않아?
미안, 그건 좀 보고 싶다.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강가를 달리는 장면 외에 명확히 고백하는 장면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대화를 통해 아무리 시간이 엉키고 뒤바뀌었어도,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불꽃축제에 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을, 누군가 팬아트로 남겨놓았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돌아갔어야 했는데 어느새 여름이 됐어.
너희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른다. 공부를 할 땐 10분이 1시간 같고, 놀 땐 1시간이 10분 같은 기분을 다들 느껴봤을 것이다.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함께 있는 사람이 시간의 상대성을 만들기도 한다. 목적은 없고 과정만이 있는 그런 만남. 굳이 결과가 없어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해진 경험.
그 그림. 미래에 가서 봐.
네가 사는 시대에도 남을 수 있도록 어떻게든 해 볼게.
아마 현재의 마코토가 미래의 치아키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그 그림은 치아키를 미래에서 현재로 오게 한 대상이자,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마코토의 이모가 직접 그 그림을 복원했다는 것 또한 연결고리가 되어 준다.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치아키를 붙잡고 싶었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계속 그림으로 인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코토의 마음이 보였다. 미래에도 계속 함께 하고 싶은, 혹시나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림으로나마 다시 인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마코토는 그림을 지키면서, 치아키는 미래에 다시 그 그림을 보면서 서로를 기억하게 되겠지.
동시에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마코토나 치아키가 아무리 시간을 돌려도, 미래에 설령 서로의 존재를 잊고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늘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그들이 함께 한 따스한 계절과 서로를 생각했던 간절한 마음은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또 어떠한 형태로라도 그들의 인생과 함께 할 것이다.
당신과 지낸 날들을 가슴 깊이 새길래요.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괜찮도록.
끝없는 시간 속에서 당신과 만난 것이
무엇보다 날 강하게 만들었어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엔딩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