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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IN Jan 16. 2022

사이드 프로젝트를 '오래' 지속하는 방법

나만의 '자기 효능감' 기준 정하기

입사 1주년을 맞이해 한 일은 '딴짓'이었다. 직장에 대한 만족감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일을 벌였다. 그리고 지금 딴짓 3년 차가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 간혹 질문을 받는다. 중간중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나' 싶었던 적도 있었다. 블로그에 매일 같이 글을 적어도, 브런치에 몇 시간 공을 들여 장문의 글을 적어도, 인스타그램 영감 계정에 콜라보 소식을 빠르게 공유해도 내게 돌아오는 물질적인 건 없었다. 굳이 따지면 뿌듯함 정도?


하지만 우리가 뿌듯함 하나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가끔은 보상이 있어야 계속할 맛이 생긴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출사표를 던지지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기업처럼 수익 창출이 목적은 아니긴 하나 어느 정도 생산성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디까지나 '프로젝트'이다 보니 생산성을 책정하기가 힘들다. 고민 끝에 생산성을 자기 효능감으로 대체했다. 단, 본인만의 자기 효능감의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어떤 감각은 늘 주관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자기 효능감은 '독자'에서 온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수익적으로 돌아오는 부분은 없다. 원고료를 받고 쓰는 게 아니라 온전히 개인의 의지로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보상이 없기 때문에 간섭도 없다. 이 과정에서 진솔함이 묻어나고 글이란 쓸수록 선명해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 '독자'가 생긴다. 한동안 좋아요와 댓글도 얼마 없었는데, 한 2년째 같은 방향으로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이웃 수가 3개월 만에 2배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디렉션 없이 온전한 내 생각을 담은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은 충분히 효능감 있는 일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보는 행위가 비교적 수동적이나, 글이란 것은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읽고, 곱씹고, 이해하는 데까지의 노력과 시간이 투여된다.


독자의 반응은 댓글뿐만 아니라 통계로도 추측해볼 수 있다. 방문자 수보다 조회 수가 월등히 높으면, 한 방문자가 들어와 여러 글을 정주행 했다는 뜻이다. 순 방문자수는 상위 그룹 평균에 한참 못 미치지만, 게시물 평균 사용시간은 상위 그룹 평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번 들어온 방문자가 체류하는 시간이 그만큼 길다는 뜻이다. 그만큼 찐구독자가 될 확률이 높다. 가끔은 내 블로그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소개해주는 분도 계시고, 다른 문장 수집 프로젝트에서 내 글을 인용해가는 분도 계신다. 수치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쾌감이 느껴진다. 정성적인 걸 이길 수 있는 수치는 없다고 믿는다.




브런치는 조금 다르다. 보통 사람들이 매거진 형태로 콘텐츠를 연재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블로그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여러 생각을 공유하는 반면, 브런치에는 특정 주제를 정해 구성을 생각하고 글을 쓴다. 언젠가 나만의 뚜렷한 콘텐츠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서이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는 '내 것'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무엇인지 문득 고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생각을 풀어내고 싶다는 건 하나의 챌린지 같기도 하다. 지금 이 <작전명 딴짓> 매거진 또한 하나씩 엮어서 큰 줄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


영감 계정은 커리어와 연계된 주제라서 더 정이 간다. 개인적인 스터디에서 그치지 않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업계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확장성이 있다. 얼마 전에는 한 매거진 사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주제로 에세이를 기고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무언가를 바랐다기 보단, 기록하고 나누자는 마음으로 꾸준히 했더니 자연스레 온 기회였다. 올바른 방향에는 늘 답이 있기 마련이고, 때로는 꾸준함도 재능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이런 식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마다 자기 효능감의 기준을 정해놓으면 목적이 뚜렷해진다. 갑자기 일이 잘 풀려서 돈이 되면 더 좋겠지만 꼭 수익이 능사는 아니다. 순수한 열정이 때론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어준다. 수입원이 되는 순간 예전만큼의 재미와 열망을 잃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다가 지칠 때면 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길 바란다. why가 불분명하다면 과감히 그만둬도 된다. 어차피 사이드 프로젝트이니 이거 하나 그만둔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 why가 분명해진다면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계속 나아가면 된다. 꾸준함 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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