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딴짓 인생을 살아보니
나는 왜 이렇게 가만히 있질 못할까? 오피스 워커로서 평일의 할당 시간은 직장에서 보내지만, 그 외의 시간은 또 다른 부캐들로 채운 지 벌써 3년째이다. 대단한 인플루언서 분들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다. 나름 네이버 블로그 인플루언서 타이틀까지 얻었고,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이 와 매거진에 에세이를 쓰기도 했고, 브런치와 다음 메인에 글이 노출된 적도 있다. 지금까지 운영한 커뮤니티도 5개 가까이 된다. 지식 마켓에 내 상품을 올려 가끔 상담을 하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투두로 가득 채워진 일상에 즐겁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체력에 한계가 올 때쯤이면, 왜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나 싶다. 그때마다 자문한다.
나 언제부터 이랬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래. 입사 1년 차가 막 지났을 때였을 거다. 일을 한참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가 점점 손에 익었을 때, 집-회사-맛집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일하다 죽을 순 없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독서모임에 들어갔다. 매주 화요일 퇴근하자마자 독서모임에 가서, 직장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고 같이 뒤풀이를 했던 그때가 딴짓의 시작이었을 거다. 그즈음 블로그도 시작해 일상에서 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하곤 했다. 그게 어느새 커져 네이버 인플루언서에도 선정되고,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도 열고 있다. 그래, 이때가 확실하다!
하던 찰나 더 과거의 사건들도 떠올랐다. 대학교 땐 내가 대학생이란 사실을 참 좋아했는데도 학교에 붙어있지를 않았다. 동아리 활동도 1학년 1학기 때 잠깐 하고 그 이후로는 학교 밖을 배회했다. 그냥 대학생 신분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좋았던 거다. 교환학생도 1년 다녀오고, 대외활동도 매 학기에 2-3개씩은 참여하고, 인턴도 4번이나 했다. 심지어 마지막 학기에는 취업계를 내서 학교에 간 날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시험도 과제로 대체했다. 덕분에 졸업하러 학교에 갔을 때는 정겹지만 낯선 기분까지 들었다. 찡한 기분이 들었는데, 학교보다도 20대의 초중반의 나를 보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딴짓의 시초는 대학교 때부터였나 보다!
하던 찰나 더 어린 날들의 기억들이 엄습해왔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지편집부 사진기자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2학년 때 심리학 동아리를 새로 만들 거라며 온 선배와 동기들의 눈초리를 받으며 탈퇴 선언을 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삼삼오오 만든 심리학 동아리는 신입생들에게 폭풍 같은 인기를 얻으며 무려 6:1의 경쟁률을 뚫어야 들어올 수 있는 신예가 되었다. 더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도 있었다. 나는 세대가 지난 아이돌 그룹의 열혈팬이었다. 덕분에 학교에서도 그 그룹의 팬으로 이름을 날렸고, 우리 오빠들 예쁘게 꾸며줄 거라며 포토샵도 독학으로 배우다 팬카페 디자인 스탭 자리까지 올라갔다. 초등학교 때는 뭘 했었더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파보면 뭔가 나올 것도 같다.
이쯤 되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언제부터 그랬나 했더니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내 인생은 딴짓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그 일련의 사건들이 없었다면 난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미지의 세계이다. 지금 보다 더 좋을 수도, 더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알 길이 없으니 현재의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의 내가 한 딴짓들도 모두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만든 팔 할은 그때의 딴짓들이었을 테니 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딴짓의 행렬에 더 늦기 전에 올라타 시간 여행을 해봐야겠다.
내 인생이 작전명 딴짓 신호탄을 쏜 그 시점부터, 레디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