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자,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말입니다. 저 멀리 산 넘고 물 건너 들여온 귀하고 귀한 철을 제련하여 만든 창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세상에 못 뚫을 것이 없지요!”
길 가던 젊은 남자도,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도 넋 놓고 장사꾼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때다 싶었는지 이번엔 다른 한쪽 손으로 솥뚜껑보다 크고 무거워 보이는 방패를 번쩍 든다. 사람들은 ‘저 무거운 걸 단숨에 들다니’ 생각했는지, 연신 감탄을 내뱉는다.
“여기에 또 뭐가 있느냐! 이 방패가 있습니다. 요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죠, 모든 것을 다 막아줘! 전쟁 나가도 걱정이 없어, 왜? 이것만 있으면 칼, 창, 화살 할 것 없이 다 막아! 이것만 따악, 전쟁 나가는 아들내미, 남편한테 챙겨줘! 걱정 하나 할 것 없다니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방패며 창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 한 명이 큰 소리를 낸다. “잠깐!” 한 마디에 서로 사겠다며 아수라장이 될 뻔한 자리가 삽시간에 조용해진다.
“내 궁금한 게 하나 있소만, 모든 것을 다 뚫는 그 창으로 모든 것을 다 막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오?”
장사꾼은 남자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헛기침 한번 하더니 조용히 짐을 쌌다. 그날 이후 장터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그 장사꾼을 다시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 한비자, 난(難) 중 ‘창과 방패의 우화’ -
위의 이야기는 창을 뜻하는 모(矛)와 방패를 의미하는 순(盾)이 합쳐져 ‘논리에 어긋나다’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된 일의 유래를 말해준다. 모순은 자가당착을 설명하는데 자주 쓰이는 표현이지만, 창과 방패가 부딪히는 모습은 마치 싸움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로봇 태권 V랑 마징가 Z랑 싸우면 누가 이김?”
“야, 그럼 너는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냐?”
“걔들이 왜 싸워... 둘 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와서 밥이나 먹어!”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둘이 싸우면 누가 이김?’ 하며 가상의 대결을 펼쳤다. 절대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은 둘이 주로 라이벌이 되었다. 그런데, 굳이 꼭 싸워야 했던 걸까? 싸워서 꼭 한쪽은 이기고, 한쪽은 져야 했을까?
그만 이야기하고 밥이나 먹으라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어머니가 맞았다. 쓸데없는 소리다. 로봇 태권 V와 마징가 Z, 슈퍼맨과 배트맨은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누가 센 지 겨룰 시간에 악의 무리를 무찌르고 평화를 잘 지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무엇이든 뚫는 창, 무엇이든 막는 방패가 굳이 서로 부딪혀야 했을까? 아니다. 둘이 사이좋게 손잡으면 단점은 줄고, 장점은 배가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대문호 Leo Tolstoy의 말처럼, 사랑을 함으로써 사람들은 단결하고 하나가 된다. 사람 각자에게 있는 보편적인 지성은 우리의 연합을 충분히 뒷받침해 줄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나와 마주한 누군가와 경쟁 대신 협력을, 다툼보다는 일치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