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와 화풀이는 한 끗 차이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by 쓰는 인간

​"좋소, 그렇게 하지."


갑자기 나타난 쥐들 때문에 난처해진 도시 하멜른, 어느 날 한 사나이가 작은 피리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천 냥을 주면 쥐 떼를 단숨에 없애줄 수 있다고 했다. 별다른 방도가 없던 사람들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마을 광장에 선 남자가 피리를 불자 멜로디에 홀린 듯 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쥐들이 남자를 따라 움직인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하멜른 시를 흘러 지나가는 베저 강으로 쥐들을 유인했다. 새까맣게 모인 쥐들은 피리에 홀려 푸른 강물에 모두 빠졌다.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하멜른으로 들어갔다.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쥐들을 없앤 건 베저 강이지 당신이 아니다'라며 약속한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화내는 남자를 억지로 떠밀었다. "두고 봅시다, 후회할 거요!" 말하는 그 말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며칠 후 마을에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쥐 떼를 없앴던 그 피리였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피리를 부는 남자 뒤를 이번에는 아이들이 따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멜른의 아이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함께 사라졌다.


- 독일 민간전승, ‘하멜론의 피리 부는 사나이' -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매를 들지 않으셨다. 하지만,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하나 있었다.


"너 진짜 이럴래? 회초리 가지고 와!"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억울하게 혼이 나서 집에 오면 종종 나는 동생에게 성질을 부리곤 했다. 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괜히 친구와 싸우고 와서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내게 짜증을 부리는 날이면 딸바보였던 아버지는 호랑이로 변하곤 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부모님을 모르길 천만다행이다. 아버지가 "애꿎은 아이들은 무슨 죄냐!" 호통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와 내 동생만 그런 게 아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 역시 엄한 데 화풀이를 했다.


화풀이를 하려거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에게 해야 했다. 물론,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져야 했을까?


피리 부는 사나이가 억울한 것은 당연하다. 약속을 지켰지만,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피리의 선율은 애꿎은 아이들을 홀렸다. 말 그대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거다.


억울한 감정을 억누르라는 말이 아니다.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해서는 곤란하다.


복수와 화풀이는 한 끗 차이다. 나를 억울하게 만들었던 그에게 찾아가 갚아준다면 정당한 복수이겠지만, 괜히 엉뚱한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고 언성을 높인다면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억울한 일을 당하고 나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세계 4대 성인이었던 Socrates의 말처럼 자신을 화나게 했던 행동을 다른 이에게 반복하며 엉뚱한 화풀이를 하면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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