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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걷지 않는다

어린 詩 2

by 신정애

몸에서 바람이 나온다.

아이들은 걷지 않는다.

뛴다.

달린다.

막 소리치며 달린다.

거의 발이 땅에 붙을 시간이 없다.


오조한 ( 오른쪽으로 조용히 한줄로 )스티커가 붙은 복도 중앙선 같은 것은 무시한다

그냥 뛴다. 걸을 수가 없다.

다친다. 위험하다 부딪힌다. 다른 반 수업중이댜.

오른쪽으로-한 줄로 - 조용히!!

선생이 쉿 손가락을 하고 애절하게 외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멀리 복도끝 소실점을 보는 순간

달리지 않을 수 없다.

얌전한 아이들 조차도 마음이 흔들린다.

앞서가는 선생님이 혹시라도 뒤돌아 볼까

발을 억지로 땅에 붙이지만 저절로 몸이 뜬다.

양심과는 상관없이 몸과 다리와 팔은 흔들리며 저절로 뛰게 된다.

뛰지 못해도 최소한 스키핑 스탭이나 호핑스탭으로 간다.

온 몸을 흔들어 답답함을 털어내야 한다.

눈은 벌써 새치기를 해서 요리 조리 앞서 가고 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도 전 벌써 엉덩이가 반은 일어서 있다.

뛰지 말고 걸어서 나갑니다.

네!!!

배신의 확답을 남겨두고 몸은 스프링처럼 튀어 나가버린다.

내 말 따위는 소용이 없다.

복도가 울리도록 소리 소리지르며 뛰어 간다.

계단을 한 개씩 내려 갈 수도 없다.

한꺼번에 몇개의 계단을 뛰어 내리는 전율을 안고

넓은 운동장으로 고함 소리가 달려간다.

창으로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을 본다.

온 몸으로 바람을 가른다.

날개가 달린 것도 같다.


계단을 한 칸씩 오르다니!

가랭이를 찢으며 몇칸씩 올라야지.

난간에 매달리고 사이로 빠져 나가야지.

와라라락 교실로 쏟아져 들어온다.

얘들아 복도에서 왜그렇게 뛰었어? 위험해.

숨을 헐떡이며 서로 얼굴을 보며 그 누구도 뛴 적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당연하지 뛰는게 걷는 것이니까.


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텅 빈 오후

긴 복도 끝에서 끝까지 전 속력으로 달려본다.

저절로 와아아악 소리가 질러진다.

가슴이 뻥 뚤리며 몸에서 바람이 나온다.

숨이 차고 멋지다. 웃음이 난다.

호핑스탭과 스키핑 스탭으로 화장실을 갔다 와 본다.

랄랄라 노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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