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터진 물건 63 궁금 아리 22
우와 이게 뭐야?
동글네모난 것들이 알알이 흩어져 있잖아.
색깔이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미래의 꽃인가?
구멍도 뚫려있고 무슨 글자 같은 게 쓰여있네?
"하, 어떻게 우리를 모를 수가 있지? 우린 영어란다."
"어? 말을 하네!! 반가워. 난 아리라고 해."
"영어?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영어가 뭐지?"
"무식하다. 무식해!"
"왜 그래? 애기한테-- 모를 수도 있지. 겁먹잖아."
"얘 좀 귀엽지 않니? 하하하"
영어들은 쪼꼬만 아리가 신기한 듯 빙 둘러써서 깔깔 웃었어요.
아리는 갑자기 겁이 덜컥 났어요.
"영어들아, 반가웠어. 어 -어- 이제 난 집으로 가야 해. 엄마 아빠가 기다리시거든 --
다음에 같이 놀자."
아리는 얼른 도망을 치듯 달려 나왔어요.
영어들이 나쁜 친구들은 아닌 것 같았지만 어쩐지 좀 무서웠거든요.
호다다닥! 빨리빨리!!
그런데 '어? 영어들이 따라오잖아.' 조르르 달리기도 잘하네요.
안되겠다 반대쪽으로!
호다닥 호다닥 !! 아리 살려!
가랑이가 찢어지게 달렸는데 어느새 영어들이 또 바짝 뒤에 붙어서 따라오는 거예요.
"야, 쪼꼬만 귀염둥아 잡기 놀이 하자는 거야?"
"심심했는데 하하하 재미있다."
"너 아무리 달려가도 우리가 잡을 거야." 도도도도 영어들이 따라 오네요.
앗! 겁에 질려 도망가던 아리가 꼬당닭!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야. 아기가 넘어졌어. 어떡해?" 따라 오던 영어들도 놀락서 멈췄어요.
" 아리야괜찮니?"
"무식하다고 놀려서 미안해." 영어들이 사과를 하네요.
"니가 귀엽고 재미있어서 농담한 거야. 용감하게 일어날 수 있지?"
영어들이 다정하게 아리를 부축했어요.
"으음.. 괜찮아... 삐이약"
아리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어요.
영어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다행이라고 좋아했어요.
"미안해. 널 해치려는 게 아니었어. 같이 놀자고. 따라간 건데 - "
"니가 도망가니까 잡기 놀이 하는 줄 알고 쫓아갔지."
모두 아리를 둘러싸고 걱정해 주었어요.
'아, 좋은 친구들이잖아.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 아니야, 내가 미안해. " 아리가 밝게 말했어요.
"그런데 진짜 난 몰라서 그러는데 영어가 뭐야?"
"안 배웠으면 모르는게 당연해. 영어는 다른 나라 말이니까."
"아, 다른 나라 말이구나."
"영어글자로 말을 만들 수 있어. 국어랑 모양이랑 소리만 다를 뿐이야."
"아리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뭐야? 영어로 만들어보자."
'놀기'라고 말할뻔한 아리는 조금 생각하더니 게임을 좋아하는 아리답게 수수께끼를 냈어요.
"내가 생각한 말 뭔지 맞춰봐.힌트를 줄게."
"힌트는 엄마 아빠. 친구. 지렁이. 꽃. 돌멩이. 고양이. 풀. 콩. 어린 왕자..."
신기하게도 힌트를 듣고 단번에 영어들이 알았나봐요.
"아하, 알았어! 얘들아 다들 뭔지 바로 알았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지금부터는 그 말을 아리가 영어로 만들거야!"
"뭐? 난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아리는 우리가 설명하는 데로 영어를 데려가서 앞에 줄을 세우기만 하면돼."
아리는 얼떨결에 영어 글자를 만들게 되어 떨렸어요.
"맨 왼쪽에 있는 의자처럼 생긴 형광주황색을 데려와."
"오오 한 번에 찾았네. 잘했어." 영어들이 박수를 쳤어요.
"아리야 내 이름은 엘이야!" 아리가 데려온 형광주홍색이 말했어요.
"우와 예쁜 이름이다. 엘 반가워."
"그다음은 진짜 쉬워. 동그라미 모양을 찾아. "
"아하 요건 식은 죽 먹기지."아리는 금방 찾냈어요.
"안녕, 아리야 난 오 라고 해."
"오--- 할 때 오? 내가 많이 하는 말인데? 반가워." 서로 인사를 했어요.
"아아, 그쪽 아니야 반대쪽으로 갖다 놔야지!! 그게 글자 순서라고." 영어들이 외쳤어요.
"부리로 날 콕 미니까 너무 간지러워!! 하하하" 오가 입을 크게 벌리로 웃었어요.
아리도 신나서 글자를 밀고 갔어요.
"다음은 날개를 쭉 폈을 때랑 같이 위로 쭉 뻗은 모양이야."
"아. 찾았어. 바닥이 뾰족해." 아리가 잘도 찿네요.
"난, 브이라고 해."
"너 목소리 이상하다? "
"다들 그렇게 말해- 목소리에 바람이 좀 많이 섞여 있어서 바람새는 소리가 나."
"브이야 미안해. 내가 힘이 빠져서 엉덩이로 좀 밀고 갈게."
그걸 보고 영어들이 모두 하하하하 웃었어요.
" 아리야 힘내. 이제 마지막 글자야. 이건 너랑 같은 노란색이야."
"쉽다 쉬워. 딱 하나밖에 없네 뭐. 노란색. 하하"
'계단 같이 생긴 글자군. 서랍인가?'
"내 이름은 이 야." 살짝 웃으며 인사를 했어요.
" 뭐? 이야--- 웃긴다." 할 때 이야?"
"아니 '이' 라고, 이!"
"양치 잘했는지 검사받는 이? 이름이 진짜 독특하다. 이--- 라니! "
" '이'를 갖다 붙이면서 드디어 끝. 아리야 너무 잘했어."
"그럼 다 같이 이름을 차례로 크게 불러보자!"
"엘 오 브이 이." "한번 더, 엘 오 브이 이! "
"아리가 만든 이 말은 바로바로 러브!"
"그게 무슨 말이야?"
"러브는 영어로 사랑이란 말이야. 니가 생각한 말! 사랑 맞지?"
"내가 사랑을 생각한 걸 어떻게 알았지?" 아리는 깜짝놀랐어요.
"엄마, 아빠. 친구. 지렁이. 꽃. 돌멩이. 고양이. 풀. 콩. 어린 왕자.. 모두 사랑하는 것들이잖아."
"사랑은 영어로 러브야."
"오, 사랑이 러브, 사랑은 러브." 아리는 이말이 좋아서 몇번이나 말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고운 말.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지."
"아리야 러브 글자 위에 올라가 봐. 그럼 더 멋질걸?"
영어의 말에 아리가 포닥 러브 위로 올라갔어요.
"와 - 진짜 내가 사랑을 지키는 병아리 같아."
아리는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어요.
"어? 저기 누구야 - 엄마 아빠가 날 찾으러 오고 있어."
멀리 엄마 아빠가 오고 있는것이 보였어요.
"아리야 아리야 - 어딨 니?" 엄마 아빠는 애타게 아리를 찾고 있었죠.
"여기요. 엄마 아빠, 빨리 와요. 선물이 있어요!"
아리는 러브를 엄마 아빠께 선물로 주어야겠다고 바로 생각했어요.
"선물이라니 너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신은 저쪽으로, 난 이쪽으로 가서 아리를 잡아요.
엄마 아빠가 달리기 선수도 아니고. 맨날 달리게 만들어."
속상한 엄마는 또 아리가 무슨 일을 저지른것 같아 걱정이 되었어요.
엄마 아빠가 달려오는 쪽으로 아리가 힘껏 외쳤어요.
"엘. 오. 브이. 이, 러브! 엘. 오. 브이. 이. 러브. 엄마 아빠 사랑해요!"
" 여보, 아리가 러브라고 한 거. 영어로 말한 거 맞죠?"귀를 세우며 엄마가 말했어요.
"아아 --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엄마 아빠는 아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리가 어디에 올라 서있지 봐요. 러브를 만들어 놨어요. 한 번도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이게 꿈 아닐까요?" 깨꼬닭!! 엄마 아빠는 잠시 기절!!
그러자 아리는 더 크게 외쳤어요.
"엄마 아빠 러브 해요!! 어서 일어나요!"
"이건 엄마 아빠한테 주는 아리의 선물이야!! 멋지지? 러브는 사랑 이래!
러브 - 소리도 보들보들해. 너무 예쁜 영어 말이야."
"아리야 고마워. 엄마 아빠도 아리를 사랑해!!"
우리 아리가 이제 한국어를 넘어 영어 천재인가요? "
감동한 엄마 아빠는 아리를 꼭 껴안아 주었어요.
"엄마 영어 친구들이야. 내게 러브를 가르쳐 줬어."
"안녕하세요? 원래 우리는 팔찌로 태어났어요. 좀 끼긴 했지만 서로 서로 붙어서 재미있었는데
어느날 줄이 터져 우리가 알알이 흩어지고 말았죠. 그러자 주인은 쓸모가 없다고 우릴 그냥 버렸죠.
버려진채 우울한 우리에게 아리가 나타난 거예요."
"우리는 아리와 같이 놀고 싶어서 글자 만들기 했는데 엄마 아빠가 감동하시는 걸 보고 알았죠.
예쁜 팔찌도 좋았지만 글자 만들기로 더 자유롭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요."
"아리와 엄마 아빠께 너무 감사해요. 우리가 새로 태어게 해 주었어요." 영어들은 행복 했어요.
"아니야, 영어를 가르쳐 줘서 내가 고마워!" 어쩐지 아리 마음이 뿌듯했어요.
러브 위에서 엄마 아빠 아리가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며 아리는 서랍에 모아둔 끈들을 생각했어요.
다시 예쁜 팔찌가 될 수--?
아니, 아니야, 흩어져 있는 지금이 더 좋다고 했어.
알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