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정애 Aug 10. 2024

옆구리가 터져서

내가 박살 낸 것들  19

체험학습을 도자기 공방으로 갔다. 아이들은 순서대로 도자기 선생님 말씀을 따라 물레에 앉아 그릇 만드는 것을 해보고  흙을 조물 거리며 긴 테이블에 앉아 컵이나 접시를 만들었다. 어딜 가도 아이들은 시끄럽다.

누를 수 없는 신나는 마음에 비례해서 목소리는 커진다. 아이들 사이로 다니며 좀 조용히 만들자고 한다.  


선생님도 하나 만들어 보세요 하는 도자기 선생님 말에 얼씨구나 아이들 소음 속에 끼어 앉아서 잘난 척, 애들이 만드는 컵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그릇 하나를 욕심내서 만들었다.


몇 달 뒤 가마에 구운 그릇이 학교로 왔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컵 들고 난리이고, 내 것도 - 꺼내는데 어? 요강 단지 같은 옆구리가 쩍 갈라져 있었다. 두께가 일정치 못했었구나. 그나마 입 쪽은 붙어 있어서 다행이다. 아 아깝다. 너무 급하게 만들었나 보다.

 

도대체 이 깨진 그릇을 어디에 쓸 것인가.  마른 것을 넣을 수는 있다. 터진 틈 보다 작은 건 안된다. 과일을 담아 놀까?  아 그래 , 화분으로 쓰면 되겠다. 터진 데로 물이 빠지니 딱이다.

흙을 넣고 고사리 종류 노루발을 심었다. 어떤 도자기도 식물과 잘 어울리듯 역시 괜찮았다. 갈라진 쪽을 뒤로 놓으면 앞은 멀쩡하다. 완벽하다. 그렇게 내 맘에 드는 화분이 되었다.  

  

 문득 이것이 멀쩡했다면  무슨 용도로 썼을까? 뭘 담지? 간식 그릇? 아무리 생각해도 크기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딱 맞아떨어지는 게 없다.

   

 그래, 오히려 뜨거운 불 속에서 찢어지는 아픔을 참고 터져 준 것이 고맙다. 바로 화분을 돌려놓았다. 깨진 자리에 물 때가 하얗게 끼어 상감청자인 줄- ㅋ 더 예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법사의 주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