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부엌
카페가 있지 않을 것 같은 곳에 있는 카페를 좋아한다. 사장님의 취향이 잔뜩 묻어 나오는 곳. 대체로 나는 우드톤으로 꾸며져 있는 아늑한 공간을 선호한다. 카페의 인테리어가 너무 모던하거나 너무 귀여워 버리면 자꾸 주위를 둘러보다가 불편해져버려 빠르게 음료를 마시고 이내 나가버리게 된다.
대체로 창 밖을 보는 자리를 선호한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다. 요즘엔 카페를 가는 목적이 독서나 휴식보다는 작업하러 가는 경우가 많아서 민폐가 되지 않도록 카운터 자리를 선호하게 되었다. 카운터 자리는 노트북 모니터를 보는 시야 밖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장님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 곳에서 할일을 하고 있으면 문득 20년 전의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바람이 선선히 부는 부엌. 식탁에 앉아 숙제하는 척하며 머리로는 딴 생각을 하는 나와, 옆에서 달그락거리며 바지런히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 이윽고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길 때 쯤, 엄마는 나에게 간을 보라며 나물 몇 가닥을 뭉치거나 국물 한 수저를 떠서 입에 넣어주고, 나는 이러쿵 저러쿵 훈수를 두면서 슬쩍 문제집을 닫아 버리는 장면. 씹을 수록 단내가 나던 갓 지은 밥 같던 장면. 뭉근한 단내가 나던, 온기가 가득한 시간들.
나의 소중한 기억들도, 내가 아끼는 카페들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기억은 따뜻한 단내를 풍기고, 카페들은 인센스 향이 섞인 커피콩 향을 풍기며, 언제나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