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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Oct 19. 2024

다시 보면 또 다른

이전에 봤던 영화나 드라마, 책을 다시 보는 일은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과거에는 스토리의 장치에 지나지 않았던 인물의 표정이나 감정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게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도.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퇴색되거나 혹은 쌓이면서 울거나 웃는 장면은 달라진다.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던 문장들이 지금은 가슴에 콕콕 박혀 아프게 하면서도, 지난밤 나를 울렸던 문장들이 지금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때도 있다.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나는 이 장면을 보며 또는 읽으며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작품 속 인물들을 보며 나를 되새김질하고 추억을 회상하며 나는 촉촉하게 젖어간다. 잘 만든 한 편의 작품은 나의 시간들을 수면 위로 떠올려 다시금 생생하게 만들고, 나는 그 시간들에 기대어 기억의 유효기간을 조금씩 늘려간다. 제발 잊고 싶은 기억과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기억까지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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