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프 Nov 16. 2021

어서와, 토끼춤은 처음이지?

날라리는 자라서 착한 브런치 작가가 됩니다



" ㅇㅇ 씨는 대체 뭔 재미로 사나? "




  최근엔 술자리가 꽤 줄어서 빈도수가 줄었지만, 대학 다닐 때나 직장에 들어왔을 무렵 정말 지겹게 듣던 소리였어요.  지금은 술 담배를 하지 않습니다.  사실 담배는 고2 때 배웠죠.  보통 88담배를 폈고, 돈이 좀 실리면 갈색 필터 부분이 멋있어 보였던 말보로나, 붉은색 담뱃갑으로 유명했던 입셍 로랑 양담배를 꼬나물고 다녔어요.  그땐 길가에 담배 자판기가 많이 보여서 구입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죠.

 술도 그때쯤부터 마시기 시작했어요.  친가 외가 양쪽이 다 맥주 한 병이면 얼굴이 홍당무가 되는 체질들인데 그렇게 최고의 조합이 만들어져서 제 몸속엔 그놈의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1도 없나 봅니다.  정말 못 먹을 땐 소주 한두 잔에도 얼굴이 벌겋게 터질듯하고, 눈두덩이도 붓고, 쿵쿵 뛰는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듯했거든요.  그래도 오기로 계속 따라가려고 마신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먹음 술버릇이 어디 구석에 들어가 자꾸 잠드는 거라, 잘 안 마셨습니다.  그렇게 벌게지고 곧 잠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남들 신나게 놀 때 혼자 잠 와서 꾸벅거리는 게 넘 억울했거든요.  밤새 달리며 놀아야 하는데.  


  담배는 계속 피우다가 군대 시절부터 서서히 줄이기 시작했죠.  고딩때 가장 많이 폈던 듯하고 대학교 땐 하루에 한 갑씩 정도.  맘먹고 군대에서부터 서서히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복학하고 졸업하며 회사 들어갈 때쯤엔 하루에 반 갑 정도.  그렇게 점점 줄여서  입사한 지 1년쯤부턴 하루에 다섯 개비.  마주치는 사람들의 몸에 밴 담배 냄새가 역하게 느껴질 때쯤, 결국 어느 날 한방에 똭.  5년여의 시간과 수많은 은단을 씹어 삼키고서야 그 징글징글한 배를 끊은 겁니다.  17살에 피기 시작하고 30대 초에 끊었으니 15년 정도 피고... 지금은 그렇게 끊은 지 굉장히 오래되었죠.  물론 아직도 남자의 2대 악몽을 가끔 꿉니다.  군대 다시 가는 꿈과 끊은 담배 다시 꾸는 꿈.


  음... 연애는 언제부터였을까.  초딩 중딩때야 그냥 연애편지, 펜팔편지 수줍게 주고받는 정도였으니 그런 건 '연애'라곤 말할 수 없죠.  내내 얌전한 범생으로 지나다 고1 겨울방학 때부터 삐딱선을 심하게 타기 시작했습니다.  고2 초 무렵에 소개팅으로 누군가를 만났었어요.  그다지 별로 안 친한 반 친구가 소개해줘서 (왜?) 부산 남포동 B&C 빵집(부산에선 유명했습니다)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부터 그걸 빨간맛 '연애'의 범주로 넣을 수 있을 수 아닐지는...  흠흠흠.  이후로 군대 갈 때까지 이어졌던 여러 별난 스토리들은, 오늘 이야기의 핀트가 아니니 검열삭제하겠습니다.


  여하튼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남자가 술 담배도 안 하고 대체 뭔 재미로 사느냐는 얘기를 지겹게 들었어요.  사실 술 한 방울 안 들어가도 노래방 가서 분위기 타면 벽 잡고 댄스나 테이블 위 댄스도 가능한데... 오로지 거나하게 취해야 흥이 오르시는 술부심 강한 분들껜 제가 딱 술자리에서 갈구기 좋은 상대로 보였나 봐요.  오히려 제가 보기엔 평소에 정말 소심하고 주눅 들어 보이는 일부 '샌님' 선배들이 술만 들어가면 초 울트라 DOG가 되는 게 더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유독 술부심이 강했던 한 분이 계셔서 어느 날엔 제가 그렇게 물어봤죠.


"이렇게 밤새워 술은 자주 마시니까 한번 날 잡고 다 함께 나이트도 함 가시죠.  더 재미있으실 텐데."

약간 흠칫하더군요.

"넌, 자주 가봤냐?"

"아, 대학 들어가면서부턴 잘 안 갔고요, 어릴 땐 좀 갔었습니다."

"발랑 까졌었구먼.  술 먹는 시간도 아까운데 그런데 왜 가냐.  돈 아깝게."

"그러시면 노래방이라도?"

"뭘 쪼글시럽게.  그 시간에 앉아서 술이나 한병 더 까자."


아무 소리 안 하고 그냥 씩 웃고 있으니 옆에서 다른 누군가가 살짝 귀띔해 줍니다.

"예전에 같이 나이트 한번 가봤는데... 다 춤추러 나가는데 자기는 안 나간다고, 가방 지키겠다고 몇 시간을 앉아만 있더라고."

아 네, 그러셨군요.

물론 그 뒤로도 꽤 오랫동안 그분의 술부심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어우 징글징글.



   


        



  주초고사나 모의고사를 친 날엔 거의 나이트를 갔었습니다.  단짝 친구 네 명이 주축이었고 그때그때 파티원들이 좀 더 추가되곤 했죠.  특별히 용돈을 더 모아 가는 날엔 당시 시설이 화려하고 물이 좋았던 부산 서면의 'Kiss'에 매번 갔었습니다.  유명한 백악관 나이트가 있던 자리였는데 당시 지하층 백악관은 성인 나이트 분위기였고 2층이었던 'Kiss'는 출입 연령층이 어렸었어요.  어른으로 위장(?)한 고딩들과 주로 20대가 주축, 30대 초반까진 겨우 턱걸이.  30대 중후반으로만 보여도 떡대 좋은 기도 형아가 입구에서 막아섰었죠.  특히 넥타이 맨 아저씨들과 빡빡머리 휴가 나온 군인 형아들이 튕기는 곳이 그때 우리에겐 물 좋은 곳이었습니다.  돈 별로 없을 때 그냥 가볍게 몸 풀러 들리던 온천장의 '라스베가스', 서면의 '파도'와 같은 군소 나이트들은 너무 나이층이 높거나 혹은 너무 낮아서 그다지 물이 좋지 않았거든요.  


  나이트 복장은 주로 어땠느냐.  춤추기 편하면서도 그래도 간지가 나는 스타일로.  저는 약간 쌀쌀한 날씨에 차려 입던 검은색이나 흰색 터틀넥 두꺼운 스웨터에 청바지, 농구화 차림으로 가는 걸 좋아했어요.  검정 스웨터에 청바지면 그거 스티브 잡스 아니냐고요?  아뇨아뇨.  얇고 목 늘어난 거 말고 좀 두툼하니 핏이 좋은 스웨터로.  청바지는 기장이 되도록 럭거리지 않는 몸에 잘 맞는 일자형이어야 합니다.  거기다 신발이 중요하죠.  지금은 스니커즈를 더 즐겨 신고 있지만, 저땐 발목 농구화가 꽤 유행이었어요.  색색들이 무늬가 들어간 농구화는 취향이 아니었고요.  저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엔 그냥 완전 백색이나 흑색 농구화가 잘 어울립니다.  촌스럽게 블링블링한 반짝이 의상보단, 깔끔하니 세련되게(잘 어울릴 경우에) 은근  동세도 더 잘 나오고 이른바 간지가 나거든요.  물론 살짝 조금씩 다른 스타일로 친구놈들과 서로 코디를 맞추면 더 좋아요.  유니폼처럼 똑같이 맞춰 입는 건 정말 극혐.


이런 스웨터에


  


     

 이런 농구화,


아니면


  이런 스타일도 좋았죠.  나이키는 그때나 지금도 전통적인 인기 상표였고, 저는 개인적으로 흰색 리복 농구화 하나를 굉장히 애지중지 했었습니다.



   고 3 올라가면서 정신 챙기고 머리 빡빡 밀기 전까진 이런 헤어스타일이었어요.  한참 나이트 다니던 시절 땐.



 자, 열거한 이미지들을 다 조합하면 그때 'Kiss' 나이트 단골 고딩 한 명의 몽타주가 나옵니다.  얼굴 이정재 아님 주의.



  매달 모의고사를 치는 날은 야간 자율학습이 없어서 특히 더 일찍 마치죠.  버스에 지하철 갈아타고 서면에 도착해서 간단히 우동 한 그릇씩 먹고 저녁 일곱 시쯤 나이트에 입장합니다.  이른바 명당자리는 스테이지로 들락거리기 쉽고,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 하기 좋은 무대 바로 옆 테이블들이지만 벌써 거긴 삐끼 형님들 단골들이 다 차지하고 있죠.  아니면 '물 좋은' 여성 입장객들을 일부러 그쪽으로 배치시키기도 합니다.  어른 흉내 내는 고딩들이 양주를 시켜 먹거나 그럴 순 없으니 결국 멀리 사각지대나 기둥 뒤, 화장실 입구 근처의 테이블에 앉게 되죠.  아니면 귀 째질듯한 큰 스피커 옆이라든가.

근데 그런 거 뭐 상관있나요.  제일 싼 기본 세트를 주문하고 웨이터 형님에게 만 원짜리 한두 장 정도를 챙겨 드리면 씩 웃으며 나중에 수박화채 같은걸 서비스로 챙겨 주기도 합니다.  물론 화장실에서 향수 뿌려주고 물수건 챙겨주면서 팁 안 주면 인상 쓰는 웨이터 형은 좀 무서웠지만... 스테이지에서 땀으로 다 내보내면 사실 소변도 덜 마려웠어요.


  이제 스테이지로 나가 둠칫둠칫 리듬을 타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해요.  그리고 간을 봅니다.  뭐 남자가 남자들을 서로 간 보진 않겠죠.  눈이 자주 마주치는 여자, 가까이 가면 더 가까이 다가오는 여자, 서로 의식하고 있단 느낌이 확 밀려오는 여자들을 힐끔힐끔.  밀당밀당.  아, 제 친구들이 그랬다고요.  저는 순수 춤만을 사랑했던지라.


  열기가 점점 오르면서 80년대 말, 90년대 초 나이트에서 주야장천 흘러나오던 명곡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그 노래들마다 특정 부분에서의 '킬링 안무' 포인트가 있어요.  그 동작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뉴비와 중수, 고수의 레벨이 갈립니다.  남들 다 하는 동작이나 함성 파트에서 두리번거리며 엇? 으응? 하면 아... 초짜구나라고.



  며칠 전 우중충한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오래간만에 운전대 잡고 헤드뱅잉 하게 만들었던 곡들, 그래서 결국 이 정체불명의 글을 쓰게 만든 당시 나이트 댄스 명곡들의 면면은 쭉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나이트 명곡들이 그렇듯, 전주만 딱 흘러나와도 아! 하게 만들죠.




나이트 음악의 화수분, '런던 보이즈' 'I'm gonna give my heart'.

세기말 갬성 넘치는 저 레트로 한 의상 스타일과 안무에서 입틀막 하고 헙, 하게 되지만 노래의 매력만은 정말 명불허전입니다.  저 근육질 듀오의 터질듯한 청바지가 좀 부담스럽다면,  그냥 노래에 집중하고 춤만 열심히 추는걸로요.  한 소절마다 치는 강한 드럼과 신시사이저 비트에 머리를 시크하게 까딱해줘야 합니다.






역시 '런던 보이즈'의  명곡  'Harlem Desire'.

역시 한 소절 끝마다의 신시사이저 음이 안무 포인트예요.  빰빰빰.   클라이맥스는 역시 '하하하하 할렘 ~ 디자이어~' 가사 부분이죠.  그 포인트에서 눈 마주치는 누군가에게 찡긋하며 탁탁탁 가리키는 필살기를 날릴 때도 있었습니다.   심히 오글거리지만,  때론 그 과감한 오글거림이 통하기도 하는 곳이었으니까요.  잘생기거나 아니면 능청스러울 정도로 코믹하거나.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비정한 스테이지의 법칙.




                                              


 역시 런던 보이즈 형님들의 3대 명곡 중 세 번째.  'London Night'.

중간부 '아아아아~ '하고 머리를 까딱거리며 길게 끄는 부분이 킬링 파트입니다.  빠르게 추다가 늦게,  천천히 추다가 빠르게 속도 전환하는 게 포인트.                                              





 

'Nuit De Folie live'

 역시 도입부터 확 잡아 끄는 불후의 명곡.    일명 '쇼티쇼티쇼티' 노래.  춤추면서 노래는 수없이 들었지만 이 영상은 저도 처음 보는데... 영상 속 보라색 원피스 입으신 여성분이 정말 '기묘하게' 매력적이시군요.  심지어 저 춤이 노래와 안 맞는 은근 엇박자거든요.  의자에 앉아서 오징어처럼 비비 꼬시다 쓱 내려가서 춤추고 다시 겸연쩍게 올라가는, 저 흐름에 살짝 중독됩니다.  당최 방청객인지 댄서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참 묘한 댄스입니다만  이 노래와 또 기막히게 어울리네요.  가끔 허밍으로 혼자 흥얼거리는 곡입니다.     

저질 댄스를 아주아주 세련되게 추면,  희한하게 그게 참 잘 어울리는 곡이기도 해요.  이 당시엔 이 노래를 '양아치들 노래'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최대한 시크한 표정으로 둠칫 거려야 하는 곡이죠.                                              





 그 이름도 거룩한 모던 토킹 'Brother Louie'

이 불후의 명곡 뉴 버전이 있어서 고이 모셨습니다.  역시 시작부터 캬~~~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곳이죠.

그땐 가사를 잘 몰라서 저 'Louie'가 '루비'로 들렸고, 그래서 그 가사 부분마다 '루비루비루비'라고 따라 부르며 췄더랬죠.  일명 루비송.





                                                                                                                                        

그나마 가장 대중적인 곡이겠네요.   Joy 'Touch By Touch'.

비트 빠른 곡들 이어지다 이 곡의 전주가 갑자기 흘러나오면,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치 막 부은 사이다처럼 청량감이 가득한 곡이죠.  '뚜윗뚜윗뚜윗~' 하는 부분부터 떼창 포인트였어요.  격한 댄스 사이에 좀 가벼운 비트로 다시 체력 게이지 충전하게 해 주던 고마운 곡.






'L'Estate Sta Finendo'

역시 전주부터 바로 꺄~~ 하는 곡이죠.  색소폰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킬링 포인트입니다.  그 연주 파트마다 공중에 일제히 손들고 단체 군무 타임.





                                                                                                                                                                             Le Click,  'Tonight is The Night'.

일명 '월매월매' 노래로 꽤 유명했던 곡입니다.   들어보면 아~~ 하실 거예요.    당연히 월매월매로 들리는 그 남성 랩 부분이 킬링 포인트.




    

                                                                                                                                              이 노래는 가사를 모르던 그 당시에 친구들끼리  '펩시 오드 캐딜락'이라고 불렀던 곡이었습니다.  제목이자 클라이맥스 부분 가사가 'Backseat of Your Cadillac'이었죠.   그게 그렇게 들렸습니다 그땐.  

당연히, 그 부분이 떼창 포인트였어요.

그래도 제겐 여전히 '인디 펩시 오드 캐딜락'




                                                                                                                                            헉헉헉, 이 곡들 말고도 기라성 같은 당시 나이트 명곡들이 많지만, 이쯤에서 멈추겠습니다.   중간에 블루스 타임도 있어야죠.  지치는데.  

게다가 이 괴상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그리 많진 않으실 거라...




  사실은 이 곡을 꼭 넣고 싶었어요.   나미 '인디언 인형처럼'.  당시 위 외국 댄스곡들이 이어지다 가장 하이라이트 타임 때 디제이 형아들이 슬쩍 틀어줬죠.   처음부터 마지막 부분까지 영상 속 춤을 거의 다 커버했었습니다.  친구들 모두 다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당시 이 노래와 함께 꽤 유명했던 토끼춤.  기본 동작은 의외로 쉽게 익혀지지만 살짝살짝 변형되는 동작들이 엄청 많아요.   첨부터 끝까지 같은 동작만 계속하면  뉴비 인증.

노래 자체가 지금 들어도 그렇게 구리지 않습니다.   영상 속에서 정장 하이힐 차림에 저 춤을 시크하게 소화하는 나미 씨도 꽤 멋졌죠.   갑자기 이 노래 전주 나오면 테이블에서 쉬다가도 반사적으로 다 튀어 나갔었어요.  저나 친구들이나.  이후 랩이 추가되기도 했죠.  제 인생 춤 띵곡입니다.

    

                                           




                                                                                                                                                                                                                                                                                              대학교 때부턴 늙어서, 나이트를 거의 끊었지만 이후 간혹 간 나이트에서 흘러나올 때마다 하얗게 불살랐던 곡입니다.   현진영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노래방에서 분위기 처질 때 틀어주면 광란의 도가니로 바꿀 수 있는 명곡이죠.  후드티를 뒤집어써야 춤 간지가 삽니다.  노래가 은근 키가 높아서 노래는 딴 놈 시켜놓고 각자 알아서 춤에 열중하고 있는 그런 곡이죠.  형식에 그리 얹매이지 않고 각자 추는 게 더 멋진 곡이에요.  물론 포인트마다 동작을 딱 끊어 잠시 멈춰주는 게 포인트.                                                 







   군 제대 후 복학해 집사람 만나고,  회사 다니면서부터 나이트 생활은 다 접었습니다.  일찍 시작했고, 일찍 끝낸 셈이죠.  물론 저때도 술은 기분 고조용으로 가볍게 마셨었지만(고딩인데?)  앞에서 밝혔듯이 술 먹으면 춤추고 노는 게 힘들어져 잘 안 마셨던 겁니다.  뻗어 잠들어 있기엔 밤은 항상 짧으니까.  근데 착하게 나이트 끊고,  담배 끊고,  술 거의 끊었더니... 사회에서 만나는 일부 주당분들은 어찌나 제가 뭔 재미로 사는지를 걱정해 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은근 참 남들 알게 모르게 잡다한 일들로 지금도 꽤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제 특이한 취미라든가 관심 분야,  특히 브런치와 같은 SNS 이야기를 밝히지 않아서 그런지 더 그렇게 보이나 봐요.  어우 저 술도 담배도 안 하는 선비, 군자, 샌님... 집에서 맨날 뭐 하고 있느냐고.  굳이 일일이 설명하고 말할 필요 없으니 늘 그냥 씩 웃을 뿐입니다.  어떨 땐 너무 귀찮아서 그냥 저는 집에 가면 잠들 때까지 면벽수행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줄까 싶어요.  그냥 그 대답이 듣고 싶은 거라면.  뭐 그렇게 말해주는게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야.  넌 뭔 재미로 사냐?"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씩 스크린 골프를 치고 나서 밥을 먹을 때마다 대학 친구들이 또 그렇게 종종 제게 묻습니다.   열심히 학점 공부하던 대딩 유사 범생 시절 만난 친구들이라 제 고딩때 모습은 또 잘 몰라요.   저 빼곤 정말 술고래들이라 정말 미친 듯이 퍼마신 친구들인데 하나둘씩 몸들이 고장 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끊거나 확 줄였죠.  물론 술 거의 안마시고도 저는 또 잘 뭉쳐 다녔었습니다. 한데 이젠 흔히 말하는 남자들의 유흥도 모두들 그다지 시들해진 나이들.  그렇게 술 거의 끊고 회사와 집만 다니다 보니 아무것도 마음 기울여할 게 없다고들 푸념을 하곤 합니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고.  그리고 계속 제게 물어요.  넌 집에 들어가면 뭐하고 시간 보내느냐고.  


  음... 늘 별다른 대답 없이 웃고 듣기만 하다가,  인생이 계속 너무 공허하다는 한 친구에게 아주 넌지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의식해서 아직 못 해본 게 있으면 그런 걸 살살 시작해 보라고요.   SNS에 가벼운 글을 올리면서 얼굴 모르는 다수와 공감대를 열어보든가,  글을 써보든가.  혹은 영화나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해보든가,  활동적인 걸 좋아하면 소개해 줄 테니 밀리터리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 같은 걸 나가보든가, 수영이나 헬스를 시작하든가 아니면 요즘 정말 잘 나오니 건프라라도 사서 한번 조립해보라고.  


  얘길 듣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이 친구가.   에이, 그런 걸 내가 어떻게 하냐라고, 이 나이에.  그러면 니가 원하는 건 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걸 몰라서 답답하다는 겁니다.  음 내가 더 답답하다 임마.



  살아가는 낙이 무엇이 되었든,  제 발로 찾아와 내게 안기진 않을 겁니다.  낙을 찾아가야죠 내가.  일단 시작해서 만들면 뭐라도 내 낙이 되는 게 있는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얘기하려고요.   뭐라도 하나씩 일단 해보고 그게 어떤지 말해보라고요.  그래도 정 안되면...  내가 했던 처음으로 같이 따라가서 하나하나 해보는 겁니다.  해왔던 순서들대로.  검정 스웨터에 핏 좋은 청바지 맞춰 입고,  어디 나이트라도 같이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해 보든지.  허리가 남아날 수 있다면.


그러니까 어서 와, 토끼춤은 처음이지?


















* 이미지들은 인용의 목적으로 출처 없이 사용했습니다.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 이러면서까지 올릴까 말까 현타가 오지만... 브런치 아싸는, 이런 글 걱정 없이 올립니다.

*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 글.

* 발행하려는데 키워드가 자동으로 뜨는게 <콘서트>,<담배>,<클럽>.   

  음....... 그래서 고민끝에 선택했습니다.  <잡담>.  

* <일상>으로 하려다가.





                                   

작가의 이전글 사이좋게 놀아, 싸우지들 말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