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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tter Feb 08. 2024

성인 ADHD를 벗어나기 위한 일기 - DAY 3

 내가 약속 시간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유


보통 성인 ADHD는 약속시간을 잘 못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약속시간 하나는 칼같이 지키는 편이다. 왜냐면 내가 누군가와 약속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약속시간을 못 지키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성인 ADHD에 대한 나의 본능적인 방어기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극한의 J이다. 모든지 계획을 세워놓고,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누군가가 약속에 늦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도 생각해 보면 지극히 내 기준에서이다.


11시에 약속이 있다고 치자. 그럼 나는 8시 반쯤 일어나서 씻고, 10시쯤 나갈 준비를 마친다. 가는 길에 혹여나 차가 막힌다던지, 길을 잘못 든다던지 하는 불상사를 대비해 30분 걸리는 거리를 50분 전에 미리 나간다. 그렇게 난 11시도 안돼서 도착을 했는데, 상대방이 11시 30분쯤 도착해 버리면 8시 반쯤부터 시작된 나의 계획들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약속에 늦지 말아야지'라는 생각 때문인지 뭔지, 나는 저녁약속이 있으면 그 약속 전까지 다른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이유가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여러 리서치를 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들의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었다.


하이퍼포커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때때로 중요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반대로 ADHD를 가진 일부 사람들은 특정 활동이나 관심사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증상이다.

동기 부여의 문제: 자신이 관심 있거나 즐거워하는 활동이 아닌 경우, 동기 부여를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고, 따라서 약속 전에 다른 업무를 시작하려는 동기가 부족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 따른 회피: 약속이나 마감일이 다가오면,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증가된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느낀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다른 업무 시작을 더 어렵게 만들고, 따라서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오늘은 7시에 약속이 있었다. 원래 계획은 12시쯤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서, 글쓰기를 30분 만에 완료하고 이직을 위한 준비를 약속시간 전까지 하는 거였다. 하지만 오히려 평소와 달리 집에서 나가는 시간이 계속 지체가 됐고, 또 핸드폰에 푹 빠져있었다. 약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작업을 더 못하게 된다니, 성인 ADHD는 참으로 요상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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