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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tter Mar 05. 2024

경력직에게 공백기가 해로운 이유

나는 총 두 번의 긴 공백기가 있다. 4년 차에 한번, 6년 차에 한번.


첫 번째 공백기는 괜찮았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수준이었던 건지, 몇 개월 정도를 쉬었음에도 별 탈없이 취직이 되었고, 중요한 건 내가 퇴사한 사유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번째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를 한 후, 공백기를 지나 재취업을 하려 했지만 어느 회사도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않고 있다. 물론, 공백기가 모든 이유를 차지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백기로 인해 나의 퇴사사유의 본질이 흐려지고, 신뢰를 잃은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면접에서의 질문들에 대한 나의 답변이 '찐'속마음과 '정답'과는 아주 큰 괴리가 있었고, 나 스스로 아직 그 괴리감을 줄이지 못했다.


퇴사사유가 어떻게 되나요?

'찐'속마음: 직장상사의 괴롭힘으로 퇴사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인정을 했고, 그에 대한 보상금과 달간의 근속유지를 약속받고 퇴사를 했습니다.

정답: 저에게 새로운 환경에서 제 역량을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고, 제 강점인 000과 고객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시되는 환경에서의 업무를 하가위 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공백기가 긴데, 그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찐'속마음: 직장상사의 괴롭힘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와 자괴감에 빠져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엔 운동과 공부를 하며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다, 어느 날엔 아무것도 안 한 채로 누워만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나있었네요.

정답: 저는 자기 계발과 업계 동향에 중점을 둔 1년의 의도적인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 업계 트렌드, 그리고 글로벌 시장 동향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이 시간을 활용하여 온라인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000 및 0000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답변을 해야지 정답인지를 한참 고민해 왔다. 다시 재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이 늦어진 것도 이러한 이유들이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아서였다. 사실을 말할 수도, 그렇다고 납득이 갈만한 이유도 못 만들고 있는 나날이 길어지면서 길을 잃었다.


물론 나도 안다. 내가 '찐'속마음을 이야기하면 면접관은 이렇게 생각할거다. 회사가 문제 인식을 했음에도 팀 리드라는 사람이 내쳐진 것이 아니라 사원인 내가 내쳐진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분명 내쳐진 이 사람한테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이게 현실이다. 그리고 공백기가 길어질수록..미래가 아닌 과거만 곱씹게되면서 내 스스로도 나를 의심을 하게 되었으니,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의 괴리감은 그 사이가 더 멀어지기만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면접을 보고 온 오늘, 고민이 도저히 줄지 않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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