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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개비 Feb 28. 2024

기후위기가 만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산은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이다

속인들이 보면, 신불산과 영축산은 그냥 흙과 바위, 흔해 빠진 나무들과 몇몇 보이지 않는 동물들이 머무는 하찮은 땅일 수도 있다. 특히 영남알프스에 제2의 케이블카를 설치해, 자기들이 사놓은 불모의 땅을 황금알로 바꾸려는 투기자본의 시선에서 본다면, 신불산이든 영축산이든 간에 누구도 손대지 않은 미답의 개발지일 것이다.

지금 추진하는7,  8번 복합노선은 2005년, 최초 노선 기획 당시에는 그들 스스로 버린 노선이었다.

그런 투기세력이나 신불산을 지키려는 환경운동가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영축산과 신불산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사실이다. 마루금의 십리상벌에 있던 "단조산성"을 중심으로 "동봉(영축산)과 서봉(신불산)"으로 불리웠다. 현재 조계종 종정이 거하고 계시는 불가의 명문 통도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단조산성에서 피 흘리며 전사한 통도사 승병들의 역사가 묻혀 있는 땅이고, 밀양 표충사와 청도 운문사를 오가던 스님들의 짚신 자락이 가루 되어 스며 있는 부처님 법이 살아 숨 쉬던 불법(法)의 교통로이다.
그러므로 영축산 신불산이 이어지는 십리상벌 전체는 부처님의 연화대요 조상 불자님들의 좌대인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보이는 눈 쌓인 영축산 정상(사진 좌측)과 신불산 정상(사진 우측),(2024.01.13)
헌신짝 같은 울주군의 약속과 밀실 추진

영남알프스 1000m 급 9봉의 정상인증을 하는 이벤트가 2023년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들어  문복산을 제외시켜 9봉에서 8봉으로 축소되더니, 올해는 급기야 재약산을 제외한 7봉 이벤트로 간소화되었다.

울주군수의 몰염치와 파렴치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 완등이벤트를 발표할 당시, 9봉 완등이벤트에 매 년 참석한 등산인을 대상으로 10년 째에는 기념금화를 준다고 공지했다. 환금가치를 가지도록 조폐공사가 주조하는 기념코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금화지급은 일방적인 취소가 공지되었다.

은화 만으로도 전국적인 입소문이 나고 수많은 산악인들이 몰려들었다.


2. 예상을 넘어선 완등자로 인해 준비한 기념 가지산 은화 10,000개가 바닥나자 일방적으로 사이즈를 절반으로 줄이고, 디자인도 공지와 다르게 바꾸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2021년 완등자 30,000명에게 지급한 가지산 기념은화

3. 2023년 문복산 주요 들머리에 위치한 동리의 주민들의 민원이 촉발되었다. 몰려든 등산객들의 무단주차와 조용하던 산촌을 "도떼기시장"으로 만든 다수의 등산객들과의 마찰이 시발점이었다.

등산문화와 주차난 해소, 특정 시간대에 몰림 현상을 해소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울주군수는 이번에도 일방적으로 문복산을 인증에서 제외시켰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던 스칼렛 오하라의 명대사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4. 2024년 완등 행사가 시작되고 한 달이 훌쩍 지난 2월 말 에는 영남알프스의 광목천왕에 해당하는 재약산이 제외되었다. 사진 촬영이 이루어지는 정상부의 좁은 면적으로 인해 위험하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이벤트 참여자들이 제안한 모든 개선안을 철저히 무시하고 독선적인 취소를 강행했다.


이런 몰염치한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울주군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런 초보적인 이벤트성 공약도 지키지 않는 울주군수가 낙동강환경유역청이 조건부로 동의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지킬리는 만무하다.

400만 등산인구를 향한 울주군의 약속이 헌신짝 만도 못하게 버려졌지만, 지금껏 군수를 비롯한 어느 공무원 한 명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지경이니,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관광객들이 산마루금으로 내려설 수 없도록 폐쇄형으로 해야 한다"라는 낙동강환경유역청과의 행정적 약속 따위가 오죽 지켜지겠는가.


통도사가 화났다.

지금은 총선이 눈앞이니 불교계의 반대를 잠재우기 위해 울주군과 투기자본은 거짓 약속을 남발하고 외부 홍보활동을 자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통도사 부울경 지역 46말사에 일제히 내걸린 통도사의 반대의사

여러 선진국들과 거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려고 숲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것이 제적인 현실이다. 한국이라는 거대 국가시스템도, 울산이라는 소규모 도시 단위도 결국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울산 앞바다인 동해는 대륙을 향해 찬바람을 불어 올리고, 해발 1,000미터 급 9봉이 자리한 영남알프스는 동해로 따뜻한 숨을 쉬어 극악이던 울산과 울주의 공기를 정화시킨다.


특히, 대규모 화학공단을 보유한 울주군과 중공업 중심도시인 울산시에게 있어서, 영남알프스는 하늘이 내린 천혜의 탄소배출권이다. 지금 있는 산무리를 잘 보존만 한다 해도 굳이 귀한 세금을 낭비해 가며 자연공원을 새로 만들거나, 있지도 않은 숲을 새로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산과 숲은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파괴하고, 이역만리 다른 나라의 사막에서는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나무를 심어주는 이 얼척없는 짓을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가.

고헌서봉에서 바라본 고헌산 정상 가는 길(2020.02.24)

지금 영남알프스 정상 일대는 지난 연말부터 두 달여 동안 연속적으로 흰 눈에 쌓여 있다. 등산객이나 관광객의 입장에서 반갑고 보기에는 매우 좋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 강설현상으로 최근 십 년 래 볼 수 없었던 변화이다.

후손을 위해
좋은 환경을 물려주자는 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당장 우리 세대가 기후 위기로 허덕이다 죽을 판인데 무슨 후손 타령들인가. 피켓이나 깃발이 안된다면 삽자루나 곡괭이를 들고서라도 막아서야, 겨우 내 염통 하나 만이라도 제대로 건사하게 될 것이다.
무엇을 하든 너무 늦지 않기를 "자연은 가장 성스러운 종교"라시던 비크슈니(울주군 백련사 천도스님)의 애절함에 기대어 간곡히 염원해 본다.

상부정류장 예정지 소유현황



투기자본은 개발계획을 발표한 2022년 이전 부터, 불모지였던 상부정류장 예정지를 매입해 황금알로 바꾸기 위한 연금술을 부리고 있었다.


당신이 잠 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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