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후보자들의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고 있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들의 은밀한 공약지원활동도 활개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런 현실을 빙자해 대한민국 정치에 괴물이 나타났다. 보수가 아닌 자들이 보수를사칭하며, 투기자본 세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현 정부를 이름이다.
제 아무리 선거법으로 공직자들의 선거지원을 막는다 하더라도, 여당을 비호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이 주요 표밭을 돌아다니며 지역 현안을 챙기는 것이 관례처럼 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때론 동네 이장이 해야 할 수준의 이야기를 정책으로 과대포장하는 일도 있고, 국제적인 협약을 무시하는 정책을 선심성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철이면 의례히 있는 관행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실로 참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식목(植木)을 하랬더니 식목(食木)을 부추기고, 육림(育林)을 하랬더니 육림(肉林)을 일삼으려는 괴물이 나타났다.
현 정부 관료들의 무능과 무지, 무논리가 극에 달했다. 이들을 보노라니 문득, 역사의 공과(功過)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연보호 정책이 생각난다.
1977년 9월 5일 박정희 대통령은 구미 시찰 중, 금오산의 대혜폭포를 찾았다. 폭포 주변에 버려진 깨진 술병과 비닐 등등 각종 오물들이 박대통령의 마음을 어지렵혔다. 미국과 독일 방문 시에 보았던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보존실태와 독일의 울창했던 산림과 비교해 보면, 자연과 환경을 대하는 국민들의 의식이 너무나 보잘것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벌거벗은 우리의 산야는 박대통령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리하여 자연보호 헌장이 탄생하고, 식목일과 육림의 날이 정해졌다.
구미 금오산 대혜폭포 입구
전국적으로 민관군이 하나 된 돌풍이 일었다.
학생들은 성금을 걷고, 부모들은 삽과 호미를 들고 산에 올랐다. 민간인들이 갈 수 없거나 힘에 부치는 곳은 군인과 경찰들이 트럭과 지게를 이용해 묘목과 비료를 날라 주었다.
과잣 값을 아껴 모은 10원, 담배값과 반찬 값을 모아 만든 100원이 사람들의 마음에 초록색을 덧칠하기 시작했다. 오랜연료 사용행태, 일제의 목재수탈과 이어진 전쟁으로 훼손되어 국제연합 마저 산림녹화 지원을 포기했던 대한민국이 초록별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다소 비실용적으로 정해져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이 정해지고, 박대통령의 사후에도 뜻있는 사람들과 단체를 중심으로 식목과 육림을 통해 꾸준히 자연보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 고사리 같은 성금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 전용한 나쁜 세력도 있고, 그 순수한 활동에 감투나 쓰고자 했던 대표충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맑은 물에 몸을 씻어도 최소한의 세균은 우리 몸에 번식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다. 일부 뜻있는 선각자들의 그런 지엽적인 노력들이 무색하게 세계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파괴가 오늘날 전(全) 지구적인 기후재앙을 불러왔고, 급기야 세계 각국이 모여서 인류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가 지구를 살릴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이 그것이다.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세계의 도움을 받던 보잘것없는 나라가, 지구의 존립을 책임지는 막중한 지위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세계 기후 협약에 가입했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대기업들은 사막에 나무를 심고, 강과 바다를 정화하는 활동에 사업의 일정이윤을 할당하는 일에 동참해야 했다.
그런데 괴물정부가 나타난 것이다. 한쪽으로는 수 백억의 세금을 쏟아부어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환경정책활동을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환경파괴의 전도사를 자처한다.새만금의 교훈을 잊은 것일까.
바야흐로 망국전쟁의 시대이다.
깃털 같은 필자의 당색을 빌미 삼아 지금 정부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겪어 본 어떤 정부에게나 공과는 함께 있다. 각자의 진영논리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한인식이 다를 수 있슴을 인정하자. 근래 들어, "길 위의 김대중", "건국전쟁" 등등 이전 정부의 대통령들을 다루는 다큐영화가 개봉되어,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이념몰이를 하고 있다. 과연, 박정희 대통령을 다루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자연보호 활동을 다루는 내용이 만들어진다면 지금 이런 환경파괴의 행보가 어떤 내용으로 다루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지금 울주군수 이순걸 씨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신불산케이블카와 현 대통령 윤석열 씨가 추진하는 케이블카 사업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오늘날 투기 자본들의 환경훼손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가 학창 시절 숱하게 외쳤던 자연보호 구호와 각종 결의대회는 기껏 기념관에서 마네킹으로만 만나게 될 구태한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구미시 자연보호발상지 기념관 내 전시물
2020년 울산에 자리 한 세진중공업이라는 회사는 신불산 7부 능선의 땅을 사들였다. 그 땅은 지반이 불안정한 깨진 돌과 농사를 지을 수 없이 급격한 경사도를 가진 척박한 땅이었다. 웅장한 바위와 숲이 있어 장쾌한 기상을 느낄 수 있지만, 암벽등반을 즐겼던 필자도 안내산행에 아무나 데려가지 않을 위험하고 호젓한 등산 구역이다. 이처럼 개발과 방문이 제한적이어서 버려져 있던 땅을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이 구매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케이블카 추진을 취소한 전임군수가 낙선한 뒤 새로운 군수가 들어서자마자, 환경청으로부터 20년 동안 거부되어 오던 케이블카를 재추진하고, 울주군수는 곽철룡이의 "묻고 떠블"을 외치는 형국이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응답하라.
땅주인을 위한 특혜개발을 추진하는 판돈을 울주군민의 공적세금으로투입해주는 것이 맞는 일인가?
이동약자를 위해 내일 당장이라도 전기버스 수소버스를 투입할 수 있는 사슴농장길, 간월산장길, 자연휴양림상단길 등등 세 군데나 되는시멘트 도로를애써무시하면서 까지 땅주인을 대변하는 이유를 응답하라.
화장실 분뇨를 걷고, 쉼터의 쓰레기를 수거하며 매점에 컵라면을 배달하는 차들은 잘도 오르내리니, 땅주인과 울주군수의 친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신독재와 통일벼, 경제개발과 부정부패...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박정희대통령과 그 관료들도 자신이 꽂은 개발제한구역의 말뚝은 넘어서지 않았었다.
투기자본을 등에 업은 가짜 보수 말고, 민족수호와 자연보호가 먼저였던 진짜 보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