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지 벌써 10년.
10월 27일 10주기, 故 신해철을 그리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걸,
아직 내게 남아있는 많은 날들을
그대와 둘이서 나누고 싶어요"
강렬한 전주로 시작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떼창을 하게 만드는 무한궤도의 노래 '그대에게' 중의 일부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노래 때문이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절, 그의 노래는 내 마음에 영혼 같은 존재였다. 나는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길거리 손수레로 달려가서 복제 카세트테이프를 가장 먼저 구입했고, 그 테이프를 몇 번씩 돌려가면서 그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1992년 발매한 N.EX.T(넥스트) 1집 앨범은 처음으로 내가 구매한 LP 음반이었고,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내가 처음으로 불렀던 노래가 넥스트의 '영원히 (Forever)'라는 노래였다. 당시 잘 나가는 가수들을 모아서 '내일을 늦으리'라는 환경 콘서트를 주관하여, 노래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고, 항상 새로운 생각과 도전을 통해서 젊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었다.
2001년부터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맡으면서 그는 파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새벽 시간에 던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강렬했고 때로는 통쾌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는 '마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2년 대선에서 신해철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선거유세에도 참여했고, MBC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그는 단순히 천재 연예인이 아닌 소신을 가진 혁명가이자, 철학자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좋았다. 사춘기 시절 존경하는 가수로서도 좋았지만, 그 당시 나와 생각하는 방향이 비슷했기에 더더욱 신뢰가 갔다. 가끔씩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바뀌기 위해 시민들과 광장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어지는 그의 공연은 나를 더욱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는 나 같은 소시민들의 대변인이고, 촌철살인의 언변가였다. 그런 그가 2014년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났다. 마음 한편이 먹먹했고 진심으로 그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천재 음악가를 잃게 만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가끔씩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 세상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해진다. 통쾌한 마왕의 독설이 그리워진다. 마왕 신해철. 그가 그립다.
오늘은 조용히 혼자 차 안에서
신해철 형님의 노래 한 곡을 틀었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혼란스러운 지금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그의 촌철살인같은 한 마디와 따뜻한 노랫말이 그리워진다.
신해철, 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