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어간다는 것 -5-
D-30 크리스마스, 아들과의 대화!
이제 크리스마스가 딱 1달 남았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여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열심히 아내와 아들 녀석과 함께
올해 연말을 맞이할 트리 장식을 꾸몄다.
마지막으로 트리 중앙에 양말을 달면서 아들에게 물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아들 녀석은 나를 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음의 느낌이 작년과는 달랐다. 뭔가 아는 듯한 표정.
혹시나 해서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그 표정의 의미가 뭐야?"
고민하던 아들은 입을 열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아빠잖아."
헉!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그날이 온 것일까.
나는 다시 되물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그래?"
"어.. 다들 그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없다고"
아들은 아무 느낌 없는 듯이 답했다.
"언제부터 알게 된 거야?"
"올해부터 애들이 그러던데"
그러면서 멋쩍은 웃음을 다시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아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유럽에서 한국까지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와?
비행기로도 불가능한데! 그리고 순록은 날 수가 없어.
땅으로 오는데 그건 어렵지.
여러 나라의 국경도 넘어야 하고"
또박또박 아들 녀석이 얘기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이성적인 답변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순간에 똑똑해졌다는 느낌.
분명히 1학년 때와는 달랐다.
초등학교 2학년.
이제 세상 물정을 다 알아버린 한 명의 청년(?)이 된 것 같았다.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던 순수한 아이의 마음은 사라진 듯!
올해부터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숨기지 않고
아들에게 직접 선물을 주면 될 듯하다.
하지만 아이가 잠잘 때, 조용히 포장된 선물에 꺼내어
크리스마스트리 곁에 두고
성탄밤을 보내던 스릴은 이제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안타깝고 조금은 서운하다.
아이 몰래 준비하던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사라지는 것이. 그러면서 나도 늙어간다는 생각.
2024년 12월부터 우리 집에서
산타클로스의 낭만은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