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_⑥ 기술 홍보는 돈이다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기술 홍보
EP6. 글로벌 IR(Investor Relations) 콘퍼런스 발표?!
"김책임!" 아침부터 팀장님의 호출이다.
"방금 본사 IR팀장한테 연락이 왔어. 싱가포르에서 다음 달 열리는 투자자 대상 IR 콘퍼런스에 R&D 발표가 필요하다고 협조 요청이 왔어" , "네?? 글로벌 IR 행사요?" 순간 당황한 마음에 되물었다. "어, 맞아. 글로벌 주주들하고 주요 투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IR행사야. 경영 전략 세션에 R&D 전략도 포함하라는 경영층의 지시가 있었데" 팀장님은 IR팀장에게서 전달받은 내용을 차근차근 내게 설명했다. 요즘은 R&D 중장기 방향성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다 보니,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R&D 전략이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알겠습니다. 근데 저희 쪽 발표자는 누군가요?" 말씀 내용을 정리하자니 갑자기 발표자가 궁금해졌다."아직 미정. IR 중역이 할 수도 있고, 연구소 중역이 할 수도 있고. 우선은 자료부터 준비하고 IR 쪽 지침에 따르자고" 가능하면 IR 쪽 중역이 발표하는 것으로 밀겠다며 팀장님은 살포시 귀띔했다. "네. 추가적인 내용은 제가 IR팀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확인 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케이,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너무 급하게 안 해도 돼. 그럼 수고해" 여유 있게 하라는 팀장님의 따뜻한 배려(?) 속에 자리로 돌아왔다.
IR팀 이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과장님, 또 저희 쪽에 숙제를 주셨군요.", 이 과장은 미안한 듯, "아.. 싱가포르 행사건이요? 저도 어제 늦게 들었어요"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 궁금했다. "저희는 자료만 준비하면 되나요?", "네. 우리 회사는 R&D가 핵심이잖아요! 투자자에게 큰 그림만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주시면 됩니다"라며 부담 없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저희 쪽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음 여러 발표 세션이 있으니, 15분 정도면 충분할 듯해요" 그 정도면 큰 무리는 없을 듯했다. 수화기 너머로 전달되는 내용을 또박또박 업무 노트에 적어나갔다. "김 책임님, 발표는 영어로 해야 하는데, 저희 쪽에 원어민 친구가 있으니, 국문으로 주시면 저희가 영문으로 바꿀게요" "아, 감사합니다." 사실 영문 작업도 고민이었는데, 이번에는 IR팀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투자자들을 위한 발표 준비. 나는 노트북을 열고 또 무슨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에 빠졌다.
Tip 1. 기술 홍보는 돈이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은 단연코 테크(Tech) 기업들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EV, 바이오, 에너지, 신사업 기술 기업들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들 기업들 중심에 기술 홍보가 있다. CEO나 CTO가 선두에 서서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기술 비전을 보여주고, 엔지니어들은 개발자 콘퍼런스에 나와 자신들이 연구하는 기술을 설명했다. 그 비전과 기술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회사에 투자했다. 최근 국내은행과 투자사, 글로벌 투자 은행까지 차세대 신사업에 대한 발표 요청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기술 홍보는 투자자를 유혹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하지만 기술 홍보를 '거짓을 위한 포장'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니콜라 사례처럼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가짜 수소 전기트럭을 언덕 아래로 굴리며 거짓된 기술 홍보를 한다던지, 성숙되지 않은 기술을 마치 완벽한 기술처럼 포장하여 투자를 받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닌 사기 범죄라는 것도 꼭 명심해야 한다.
Tip 2. 시대의 흐름과 기술을 융합하라.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기술을 잘 녹여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진 기술이 도태된 과거 기술이 아닌, 시대 흐름을 따르는 미래 기술임을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을 4차 산업혁명(ICT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 시대로 규정한다며, 여러분들의 기술을 4차 산업 혁명과 연결만 한다면 투자자의 주목을 끌 수가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자신의 산업군 또는 기술을 임의로 세대 구분할 수도 있다. Mobility 1.0, 2.0, 3.0이나 Energy 1.0, 2.0, 3.0 등으로 나누고 여러분의 기술을 최근의 흐름 속에 대입하면 된다. 과거와 현재의 큰 변화를 각 단계의 경계로 표현하고 기술적 논리만 보강하면 어떤 산업/기술이든 이런 표현이 가능해진다. 이런 이론이 기반된다면 왜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우리 기술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득력은 상당히 높아진다.
Tip 3. 로드맵이 핵심이다.
투자자 발표자료에서 비전과 로드맵은 필수 요소다. 하지만 비전보다는 로드맵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고, 비전만으로는 리스크가 상당하여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그 과정을 표현하는 로드맵이 중요하다. 신제품일 경우 로드맵은 보통 3~4개 단계로 만들어진다. ①연구개발 - ②시범운영 - ③양산 - ④시장 확대 등이다. 단계별로 ① 연구개발 과정에서는 자신들의 장점 기술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경쟁사와 차별적 요소, 특히 기술 격차 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② 시범운영은 어느 고객층을 대상으로 몇 대를 실증하며 기간이 얼마나 될 것인지 등이 표현된다. 다음으로 ③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사전에 생산거점 및 부품사 확보 등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능성에 기반하여 정확히 시점을 표시해야 한다. 마지막 ④ 시장 확대(모델 확장) 단계는 중장기 비전과 유사한 개념으로 전체 시장 규모에서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Tip 4. 결국은 손익분기점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하는 것은 손익분기점이 언제 될 것이냐는 것이다. 공개되는 자료에서는 예민한 이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지만, 보통은 Q&A 세션에서 이런 질문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기술 개발 단계에서 이를 명확히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사업 기획단계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손익분기점을 추정하지만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라는 것이 변화무상하기에 그 시점은 항상 유동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목표 시점을 명확화 하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은 선택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답변은 그냥 큰 그림 수준에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투자자들에게는 시장 전망에 기반한 예상되는 판매/서비스를 가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손익분기점 시점을 대략적으로 표현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000 가정하에서 약 5년 후, 또는 7년 후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Tip 5. 전선을 넓히지 말아라.
투자자 대상으로 발표를 진행하다 보면 연구소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쇄도한다. 생산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혹은 스타트업 인수,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 등 그 범위도 다양하다. 이럴 경우 명확히 답변할 수 없는 범위임을 알려야 한다. "저희는 연구개발 담당입니다. 관련 내용은 저희가 답변드리기 어려운 부분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 이런 식으로 답변해야 한다. 또한 연구소의 경우 R&D 투자비만 집행하기 때문에 매출액이나 손익에 대한 것은 CEO나 재무 담당 임원에게 맡기는 것이 옮은 판단이다.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답변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