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Hwi Jan 03. 2024

새치와 탈모

벌써 노화는 진행 중?

최근 들어 머리를 말릴 때나 빗을 때 까만 내 머리칼 속 반짝반짝 빛나는 한 가닥의 불청객을 맞이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어린 시절, 엄마의 흰머리를 뽑아주던 내가 이제는 내 흰머리를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겉으로는 티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머릿속을 뒤져보면 안쪽으로는 정말 흰머리가 많다. 아직 나는 30대 초중반인데 왜 벌써 흰머리가 이렇게나 많은 걸까?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30년보다 조금 더 살았을 뿐인데 이미 내 몸은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만 같아 서글프다.


그나저나 흰머리랑 새치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맞는 건가? 검색해 보니 새치는 젊은 사람의 머리에 드문드문 섞여서 난 흰 머리카락을 의미한다고 한다. 결국 흰머리가 나면 안 되는 나이에 흰머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고 하니, 내가 가진 건 새치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새치는 왜 생기는 건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유전, 호르몬,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정확히 알려진 건 없다.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법도 없다. 아직까지는 발견하면 뽑거나 뿌리 근처에서 잘라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새치가 늘어나면 결국 주기적으로 염색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치를 뽑다 보면 탈모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새치에 탈모까지 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이런 슬픈 생각을 하던 어느 날, 남편이 퇴근하는 길에 이발을 하고 와서는 미용실에서 원형탈모가 생겼다고 했다며 나에게 옆통수를 들이밀었다. "에이, 설마. 무슨 원형탈모야?" 하며 살펴보니, 실제로 지름 1cm 정도의 동그란 원형탈모가 진짜 있었다.


나도, 너도 늙어가는구나. 나만 늙어가는 줄 알고 슬퍼했는데 같이 늙어갈 동지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새치와 탈모가 생기는 나이에 이른 만큼 그 나이에 맞게 조금 더 지적이고 품격 있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도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한다. 이 또한 같이 하니 더 좋다. 2024년에는 더 많아질 새치와 더 커질 탈모 (제발 더는 안돼!)와 함께 더 성장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 첫 겨울 러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