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함께 변화해 온 아침의 의미
아침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하니 ‘아침’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 정확한 뜻이 뭔지 궁금해졌다.
‘아침’이라는 단어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단어라서 친숙하다.
“아침 먹자”라고 나를 깨우던 엄마의 목소리부터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 모습까지, 아침은 그렇게 우리 모두에게 친숙하고 쉬운 단어다.
실제로 ‘아침’을 사전에 검색해 보니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라는 의미를 가진 순우리말이다.
주로 이른 아침인 새벽을 일부 포함하여 오전 5시부터 오후 12시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을 때, 이 7시간의 아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모든 사람들에게 아침이 가지는 의미가 같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일 것이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직 하루를 시작하지 않은 휴식의 시간일 수도 있다.
아침이 나에게 주는 의미 또한 시간이 지나며 변하고 있다.
학생 시절 나에게는 정말 일어나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나서, 억지로 아침밥을 먹고, 정신없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시간이었다. 한순간의 여유도 없이 늘 피곤해서 잠과 싸움을 벌여야 했던 시간이 바로 아침이었다. 그러다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최대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학교에서 배웠던 바른생활과는 거리가 아주 먼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아침이라는 시간 자체가 삭제되었다.
이런 고통스러운 아침과 기억에 없는 아침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다만, 삭제되는 아침이 늘어났다. 술을 조금 과하게 마신 날이면 쉽게 아침이 삭제되었다. 그래도 어렸을 때 바른생활의 기본이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고 배웠던 것이 뇌리에 박혀있는지, 낮이 다 되어 일어나는 날이면 ’다시는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지’하고 늘 다짐했다. 물론 그 다짐이 제대로 지켜졌던 것은 아주 최근부터이긴 하지만.
어느덧 꽉 찬 33세가 된 나에게 아침 시간은 정말 소중해졌다. 출근 시간을 잘 지켜가며 일하는 것이 중요해졌던 수련의로서의 시간들을 지나, 전문의이자 대학병원 교수가 되어 시간적 자유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지금. 오히려 나는 아침 시간을 더 부지런하게, 더 효율적으로, 나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미라클 모닝’, ‘모닝 루틴’ 등 다양한 책도 읽어보고, 일상에 적용도 해보았지만 잠과 술, 그리고 게으름에 무너지는 나를 수차례 마주했다. 새벽 러닝을 시작하니 여름에 일어나기가 수월해졌지만, 곧 다가온 추위에 다시 포기했었다. 술을 포기하니 새벽 5시 기상과 명상, 독서, 글쓰기가 가능해졌지만, 갑자기 찾아온 아기로 인한 피로감과 입덧에 또다시 아침 시간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침이 그냥 정신없이 출근 준비로 바쁜 시간은 절대 아니다.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도 알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아침 시간만이 유일하게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10분이라도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온전한 나와의 대화로 나만의 아침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그 하루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나를 위한 아침 시간 만들기이다. 걷기, 스트레칭, 일기 쓰기, 신문 읽기. 뭐든 좋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단 하나를 내일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