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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 Jul 31. 2020

당신의 옷장 안엔 무엇이 있습니까?

소소(笑笑)한 책읽기의 역사


어렴풋한 잠재기억 속에, 그러니까 내가 아마 네 살이나 다섯 살쯤이었나. <빨간 사과>라는 그림책이 있었다. 혹시 지금도 발행되고 있나 찾아봤지만 안타깝게도 아닌 것 같다. 표지부터 초록 풀밭에 덩그러니 놓인 커다랗고 새빨간 사과가 강렬했던 기억이 난다. 숲 속에는 빨간 사과가 있다. 숲 속 동물들은 지나가면서 한 번씩 호기심을 가지고 사과를 건드려 보지만, 사과는 꿈쩍도 않는다. 모두가 떠난 밤, 조용하던 사과 안쪽에서 딱딱한 속살을 비집고 애벌레가 쏘옥 얼굴을 내민다. 

 

유아용 그림책이라 그림이 대부분이지만, 하루 종일 나는 엄마에게 그 단순한 이야기를 읽고 읽고 또 읽어달라고 졸라댔다. 빨간 사과는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책이 되었다. 동화책을 읽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수억 개가 된다고 상상했다. 여우가 높은 나무에 달린 신 포도를 따 먹으려고 애쓰는 이야기가 있다고 치자. 그 동물을 여우가 아니라 다람쥐, 사슴, 호랑이로 바뀐다면, 나무에 매달린 열매가 도토리, 사과, 심지어 매실이었다면 완전히 새로운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생기는 게 아닌가.

 

조금 커서는 나니아 나라로 통하는 신비한 옷장이 날 끌어당겼다. 낡은 옷장 문을 열었더니 겨울 마녀가 에드먼드를, 나를 함께 유혹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옷장을 열 때마다 영상으로는 다 담을 수도 없는 매혹적인 나니아 세계가 내 앞에 펼쳐졌다. 숨바꼭질을 할 때마다 안 들키려고 그렇게 옷장 속에 숨기만 했었지, 그 안에서 이야기를 찾아낸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러다 다른 사람의 옷장 안에 담긴 이야기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후략)





* 뒷이야기는 <고메북스> 9월 가을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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