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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 Oct 22. 2020

무언가 기록하기 시작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메모를 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살다 보면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메모 앱을 사용하며 간단한 아이디어나 적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은 것들을 적곤 했다. 이런 '보조기억장치'로써의 메모만으로 충분한 것인가?


뭔가 더 많은 것들을 적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자기 계발 영상에서도 많이 적으면서 살라고 말하곤 한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의 중요성을 외친다. 그리고 나는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분명 '아이디어'가 필요할 텐데 그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험과 사유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나의 흘러가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단이 무언가 필요했다.


그래서 메모 관련 책들을 찾아보다가 <메모 습관의 힘>(신정철)이라는 책을 골라서 보게 되었다. 작가는 자신만의 메모 습관을 만들어 나갔고 그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여러 사람들의 바람으로 관련된 책까지 내게 된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그 책 자체가 작가의 메모 습관으로부터 얻어낸 산물 자체였다.


책을 읽으면 읽는 데 그치기보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에 옮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자기 계발서의 내용이 뻔하다고 비판하기 전에, 속는 셈 치고라도 꾸준히 실천해 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게 먼저일 것이다. 자기 계발서의 내용이 뻔한 이유는 그만큼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이 누구나 따라 할 만큼 쉽지는 않지만 명확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무튼 나도 메모 기술 책을 읽고 어느 정도 무작정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작가는 아날로그 방식의 메모를 주로 선호하는 편이었다. 나는 평소에 간단한 메모 앱만 쓰는 편이었다. 사실 학창 시절이나 대학교 때도 그렇게 메모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군가 예쁘고 정성스럽게 필기한 것을 보면 '저런 예쁜 노트를 만드는데 시간을 쓰느니 내 방식대로 하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적는 것의 힘을 설파한다. 수고스럽게 적는 만큼 생각이 잘 정리되고 머릿속에 남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작가가 제안하는 대로 나는 문구점에 가서 얇은 노트를 구입했다. 얇아야 하는 이유는 한 권 한 권 완성해가는 보람이 있다고 해서다. 그리고 이런저런 것을 무작정 적어보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매일 이러한 것들을 적고 있다. 뭐든 감사한 점, 간단한 일기, 아이디어 등을 말이다. 그리고 어떤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할 때, 그래서 하는 일에 집중이 흐트러질 때, 그러한 '번뇌'를 종이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집중력을 향상하는 효과도 있었다. 작가는 이런저런 용도의 공책을 따로 만들기보다는 한 권에 다 적으라고 제안한다. 그 안에서 이런저런 다른 종류의 생각들이 서로 충돌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는다는 것이다. 나도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며 적고 있지만, 효과가 나오고 있는 건지 확신은 못하겠다. 다만 아이디어는 어느 날 번개처럼, 운명의 사랑처럼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매일매일 가만히 앉아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고, 자기 전에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하는 사람에게 뇌는 아이디어를 선물해줄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 노트를 아무도 훔쳐보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고, 불완전하고, 부끄럽고, 욕망에 가득 찬 내용들을 적어버린다. 그것은 꽤 치유력이 있는 일이다. 그런 것들을 적어냄으로써 오히려 마음속은 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남의 말을 가만히 경청할 줄 아는 친구가 곁에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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