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운동과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축구도 하지 않았다. 운동 관련한 수행평가 점수는 높게 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운동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체육보다는 다른 과목들의 중요도가 높지 않은가. 나의 체력이 평균 이하라는 것을 처음 뼈저리게 느꼈던 경험은 군대에 가서였다. 내가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장거리 달리기 등을 정말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군생활 동안 팔 굽혀 펴기와 턱걸이 등의 운동을 했으나 아주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군대 전역을 하고 나서는 조금 운동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교 기숙사에는 작은 무료 헬스장이 갖춰져 있었는데 거기서 조금씩 가벼운 무게로 시도했었다. 그때도 꾸준히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헬스는 뭔가 재미없는 운동이었다. 차라리 바깥 풍경을 보며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종류의 운동은 재밌기라도 했는데 말이다.
'운동은 재밌다'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된 때가 있었다. 바로 싱가포르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이다. 한 학기만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 학기 더 연장해볼걸... 아무튼 싱가포르 대학교에는 기숙사 내부 학생들 간의 교류가 정말 활발했다. 완전히 소설 해리포터에 나오는 기숙사 시스템 안에 들어온 것 같아 굉장히 설렜다. 기숙사 내부에는 정말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들을 할 수가 있었다. 그때 나는 대부분의 운동 동아리에 참여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왜 운동 동아리였냐 하면, 토론이나 학술 동아리 등에 들어가기는 영어 실력이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싱가포르 학생들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굉장히 즐기는 것 같았다. 더운 기후 때문인지 살갗도 구릿빛인 친구들이 많아 건강한 에너지를 풍겼다. 그때 난 사이클, 암벽등반, 복싱, 롤러스케이팅, 달리기 등의 동아리에 가입해서 현지 친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운동이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구나 싶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나는 운동 습관을 기르기로 했고, 크로스핏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등록해 본 크로스핏은 신세계였다. 정말 토할 정도로 힘들기도 했고, 빈 바벨조차 무겁게 느껴지던 때였다. 처음에는 오기도 생기고, 욕심도 생겨서 꾸준히 나가다 보니 점점 무게를 다룰 수 있는 몸으로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슬슬 운동에 재미가 붙기 시작하니, 크로스핏만의 매력을 또 하나 발견했다. 바로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과의 교류였다. WOD(workout of the day)를 수행하다 지치는 사람들을 위해 주위 사람들은 응원을 외치고 함께 힘들어서 바닥에 쓰러지고 하는 동안 동질감이 쌓여가는 것이다. 점점 새로운 친구들을 어디서 만나야 할지 찾아 나서야 하는 현실에서 크로스핏 짐은 치유의 장소였다.
그렇게 2년 정도 크로스핏에 빠져서 살았다. 어느덧 다룰 수 있는 WOD 수준도 중상위권으로 올라온 것 같았다. 그런데 다니던 짐에서 집이 멀어지는 바람에 고민 끝에 등록 연장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의 상실감은 정말 생각 이상으로 컸다. 크로스핏도 재밌었지만 나는 파워리프팅으로 무게를 늘려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뮤지션 스윙스가 운영한다는 짐티피 헬스장에 등록하여 다니게 되었다. 예전에 헬스를 혼자 할 때는 참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힘도 어느 정도 생기고, 무게를 늘려나가는 목표도 뚜렷해지다 보니 재미있고 보람도 있어 열정이 생겼다. 열정이 생기면 사람은 스스로 배우게 된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로 몇 주 운동을 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는 또 요가라는 운동에 관심이 생겨서 지금은 요가학원만 다닌 지 두 달째 되었다. 어느덧 운동은 내 삶의 필수요소가 돼버린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지 재미있고 관심이 가는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에는 참 운동의 종류도 다양해서 아직 배워보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주짓수, 맨몸 체조 같은 운동들이 그것이다. 전부 다 배워 볼 정도로 인생이 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