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곡선의 이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죠. 당연한 말인데 평소에는 자각 못 하고 있다가 중간고사 볼 때쯤 확 와 닿는 말이에요. 밤새 애써 외운 것들이 어느새 다 잊혀지고 머리가 하얘지죠. 어쩔 때는 외우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학습내용이 삭제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질없이 자기 머리 나쁨을 탓하게 됩니다. 하지만 잘 잊어버린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특성입니다.
심리학 초기의 기억 연구자 에빙하우스(Ebbinghaus)는 망각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알파벳을 아무렇게나 섞어 아무 뜻 없는 단어를 많이 만들어서 이걸 실험참여자들에게 암기를 시키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단어를 몇 개나 기억하는지 본 겁니다. 그러자 초반에는 급격히 하강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완만해지는 그래프가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놀랍게도 1시간 안에 외운 단어의 50%를 잊어버리게 되구요. 24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은 단어들은 그 뒤에도 대부분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공부한 내용을 더 잘 까먹는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제가 설명한 선택과 집중의 요령, 깊은 처리 등의 전략을 잘 사용해서 그 학습내용을 뇌에 잘 저장했다 하더라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또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합니다. 적절한 시간에 다시 학습(재학습)함으로써 망각을 방지하는 기술. 그게 바로 복습입니다.
망각 곡선을 보면 1시간 안에 배운 내용을 잊어버린다고 했죠? 그래서 기억이 삭제되기 이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훑으면 하루 이상 유지되는 튼튼한 기억이 됩니다. 이 때는 처음에 배울 때보다 훨씬 시간도 덜 걸립니다. 이미 이해하고 접해 본 적 있는 내용이니까요. 그런데 망각할 확률은 획기적으로 줄여 줍니다. 그러니 이보다 더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 있을까요?
복습은 시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망각곡선에 따르면 50%의 기억이 휘발되는 데 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그 안에 하는 재학습이 제일 중요합니다. 보통 학교라면 쉬는 시간이겠죠? 1~2분 정도라도 배웠던 내용을 곱씹으면 나중에 공부할 시간을 열 배는 줄일 수 있습니다. 여건이 안 된다면 가능한 배운 당일에 복습을 하면 다 잊어버리고 시험기간에 다시 공부하는 것보다 역시 두 세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복습의 중요성은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겹죠? 그래도 워낙 중요하기에 강조하고 싶어서 심리학 연구를 근거로 들어 보았습니다.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핵심이라는 거지요. 틈만 나면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보통의 뇌를 가진 우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