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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군 Feb 14. 2023

능력과 난이도가 부리는 마술, 몰입

집중의 미학

    

여러분 너무 너무 재미있는 일을 하고 나면 마치 시간을 도둑맞았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보통 괴롭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하고, 하고 싶은 일에 바짝 집중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하죠. 저는 재미있을 때 주어지는 순간이 괴로울 때보다 더 길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의 원리는 그 반대여서 세상 참 억울하다고 생각 많이 했었어요.


미하일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라는 학자는 이 느낌을 몰입(flow)라고 했어요. flow라는 영어 단어는 흐른다는 뜻이잖아요. 무언가에 열중할 때 우리는 아무런 마찰 없이 그 시간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죠.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에요. 내가 누군지, 여긴 어딘지, 지금이 언제인지도 의식하지 않게 되죠.


미하일 칙센트미하이는 바로 이 느낌이 행복이라고 했어요. 제일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구요. 왜 그런지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여러분도 그런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지 않나요? 적성에 맞는 일에서 능력을 휘날리면서 그 자체의 재미와 함께 유능감과 성취감을 흠뻑 느낄 때가 한 번쯤 있었을 테니까요.


완전히 몰입한 상태라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지요. 깊이 집중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책을 읽어도 더 빨리 깊이 읽게 되고, 악기 연습을 해도 더 빨리 실력에 늘겠죠. 공부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몰입 상태에 들어가고 싶을 거에요. 책상에 앉아있는 그 자체도 행복한데 성적까지 오르면 꿈 같은 일이죠.


몰입이라는 특별한 상태에 들어가려면 조건이 필요해요. 바로 과제의 난이도와 내 숙련도의 수준을 일치시키는 거에요. 난이도가 숙련도에 비해 높으면 괴롭기만 하구요, 그 반대면 지루하지요. 기본적으로 흥미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여러분이 공부하고자 하는 그 어떤 분야든 자기 수준에 잘 맞추면 놀라운 일이 일어나요. 엄청 빨리 배우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지는 거죠. 앞 절에서 배운 내적동기가 가장 충만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죠.


컴퓨터 게임을 해 본 친구들이라면 레벨 시스템을 잘 아실 거에요. 내 캐릭터는 가상 세계에서 전투와 모험을 해요. 이때 적은 내 레벨에서 열심히 싸우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대상이죠. 충분히 적을 해치우면 레벨이 오르면서 캐릭터가 강해지고 역시 그 능력 안에서 상대하기 적당한 적이 나타나요. 아주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이게 컴퓨터 게임이 몰입이 잘 되는 이유거든요. 그래서 너무 어렵거나 쉬운 게임은 사람들이 잘 하지 않죠.


현실에서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누가 레벨 시스템에 맞게 배치해 주지 않아요. 물론 교육과정이 있어 각 연령의 평균 수준에 맞는 학습내용을 제공하긴 하지만 개인차라는게 있잖아요. 그래서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적당히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학습범위를 찾아야 하는 거에요. 필요하면 저학년 교과서를 뒤져보기도 해야죠. 지금 배우는게 시시하게 느껴지면 심화 과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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