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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Sep 22. 2021

무조건 내 편인 부모가 없다면?

내게 상처 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브런치와 블로그 말고 다른 사이트에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글을 게시한 적이 있었다. 사실 글을 쓰면서 아픈 감정 이 앞섰고 괴로웠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감정도 들었다.

 나를 낳아주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키웠을

 데 그런 부모를 향한 원망의 글을 쓴다는 행위는 고통 그 자체였다. 

 '나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애정 결핍이 있다'

고 말하며 사랑과 관심을 구걸하는 불쌍한 사람으로만 비춰질까 봐 두렵기도 했다.




 나의 밑바닥을 박박 긁어 드러내고 영혼을 탈탈 털어내는

작업이었다. 내 치부를 까발린다고 뭐가 달라질까? 난 어떤

걸 기대하고 이런 글을 썼나... 회의감이 들어 나 스스로를

미워했었다.


 내 인격이 고매하질 않고 그릇이 작아서, 혹은 관대하지 않

은 인간이라서 부모를 원망하나, 내가 너그럽고 잘난 자식

었다면 부모와 내 관계는 달라졌을까? 수없이 나를 자책

잠 못 이루던 밤들....

 나는 부모에게 사랑받으면 안 되는 존재였나, 내가 태어난

자체가 죄는 아닐까 하며 나를 부정하던 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부모에게 학대당하다가 죽은 아이들의 고통만 할

 싶고 버려지거나 고아원에 맡겨진 사람하고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생각에 혼자 삭히고 밝은 척 살아왔다. 내 안에 들어앉은 어둠을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었다.




 나의  당당한 모습 뒤의 비참함이나 외로움들을 에게 보여주고 동정을 얻는다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봤다.

 동정은 동정일 뿐. 그 이유로 나를 사랑하게 되지는 않는다

 사실을 알고 있다.


 오래된 친구 몇 명에게 속 깊은 사정을 털어놓을 기회가 있

다. 나의 어둠을 말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고 망설였

다. 친구들은 고맙게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흥분하

기도 하고 나를 달래주기도 하며 마음을 함께 나눴었다. 그렇게 뒤늦라도 위로를 받으니 외로움이 조금은 옅어졌 다. 동정이 아닌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 꽤나 쁜 일이었다.




 그때 나와 부모님의 글을 쓰고 노출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으니 자연스럽게 댓글들이 달렸고 대부분은 따뜻하고 공감해 주는 댓글이었만 일부는 부정적인 댓글이었다.

 늘 그렇듯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상외의 의견도 나오는 법다.

 

 그 당시에는 악플이라고 여기고 상처 받았었다.

 ' 아무리 부모가 잘못했어도 힘들게 키워줬 원망하는

글쓴이가 너무하다. '

 ' 피 한 방울도 안 섞인 새아빠가 그 정도로 돈벌어다주며

키워준 것만으로도 좋은 분이구만. 은혜를 모르네 '

 ' 철딱서니가 없네요.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 마음을 이해 하는 거예요 '




 대학교 때 한 교수님 강의를 듣게 됐는데 강의 시간 중간에

한 번씩 '이효리' 욕을 했다.

이효리 걔는 가수랍시고 천박하게 입고 흔드는데
 그게 춤이야 뭐야.
이효리 부모는 엄청나게 창피했을 거야.
어휴. 걔는 재수 없어. 노래도 못하는 게.

 

 그런 교수님의 험담에 그다지 반응하는 학생도 없었건만 

강의 시간마다 이효리 욕에 열을 올렸다. 듣다 보니

'왜 이효리 욕을 자꾸 하시지? 이효리랑 개인적으로 알만한 사이는 아닐 거고. 그렇게 싫으면 이효리 나오는 프로그램

을 안 보면 되지 왜 강의 시간마다 이효리 험담 파트를 만드 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치 이효리한테 대시했다가 대차게 차여서 분풀이라도

열을 올리며 험담하는 교수님 모습에서 나에게 상처

주는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과의 작은 공통점을 발견했달까.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이해도 하지 않으려 들면 서, 나의 경험과 가치관만이 맞다고 믿는 편협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남을 비아냥대고 험담하는 그들은 어디에나 다.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에 공감이 되질 않는다면 그냥 지나

가 주기를 바라는 건 나의 개인적인 바람이고 강요일 뿐이 겠지.


 일부 에 받은 상처를 씻어낼 수 있었던 것은 것을

력하게 물리치고도 남을 다정한 댓글들을 받아서였다.


 ' 어차피 부모에게 사랑받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온 그들

은 당신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해받지 못

한다고 슬퍼하거나 자책하지 마시고 님의 생각대로 자유롭

게 사세요.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인생에 얼마나 거대한

흉터를 남기는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압니다. 원래 타인은

타인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합니다.'


 ' 부모가 사랑하더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자식은 모릅니다.

말하지 않고 알아주길 바라는 건 부모의 욕심이죠. 님은

잘못이 없습니다. 당당하게 살아가세요. 님의 인생은 부모

라도 대신해 주지 않아요. 응원합니다!'




 누구나 사람에게 상처 받지만 그 상처를 타인이 어루만져

낫게 해 준다는 아이러니한 현실.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받은 따뜻한 댓글은 지금까지도

고마움이라는 감정으로 내 마음에 새겨져 있다.

 

 내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해주는 가장 좋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세상 모두가 내게 등 돌렸을 때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부모가 없다면 내가 무조건 내편이 되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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