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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Aug 01. 2021

태교할 때 계속 보면 닮는다더니...

누구를 닮아도 너의 그대로를 사랑해.


 6년전쯤 밝음이를 가졌을 때였다. 보통의 엄마들처럼

태교를 잘 해보자 마음먹고 음악CD 태교책을 사들였다.


 예로부터 태교할때는 예쁜 것만 보고 예쁜 말만 들으며

예쁜 말만 하라고 하지 않던가?나는 우리집에서 예쁨을

받았기보다는 그저 얹혀사는 듯이 지냈기 때문인지 우리

아이에게는 사랑을 듬뿍 주고 싶었다.

 최고의 물질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가진 애정의 모든

뿌리까지 뽑아서 주자는 나의 결심이었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태교. 아름답고 경쾌한 선율의 음

로 태교 하고 '엄마가 들려주는 5분 태교'같은 독서로 태교

하는 것도 매일 하자니 식상해졌다.  그러다보니 미신같은 재미난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사람을 계속 보면 태어난 아이가 그 사람을 닮는다는 근거 없는 낭

이었다. 



이준기. 출처: 네이버


 내 이상형은 이준기, 지현우, 에릭남.... 또 누구더라?

그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갸름한 얼굴과 다소 가늘며 크지 않은 눈, 남성성이 강하지 않고 부드럽거나 귀여운 이미지를 주는 외모였다. 성격은 실제로 그들을 만나보지 않았으니 알턱이 지만.


 그러다가 태교로 취향저격인 드라마를 찾았다. 이준기, 아이유 주연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가 그것이었다.

웬만한 여자보다 고운 미모의 이준기 말고도 황자들의 수려 한 외모에 빠져들어 눈이 즐거웠다. 태교한다는 어줍잖은 핑계로 드라마 본방을 사수하는건 오랜만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재미있다고 같이 봐주었다. 내가 가끔 '와 진짜 사람 외모가 어쩜 저럴까' 하며 침 흘릴 정도로 넋을 놓아도 빙그레 웃을뿐 같이 즐기고 있었다.

 '왜 내가 오징어로 보여?'하는 여유있는 농담도 하며.


 나는 보보경심려가 절정에 이르자 속으로 간절히 빌기 시

작했다. 제발 닮아라. 이준기 눈! 눈매라도, 아니 정 안되

면 분위기라도...! 지금 생각해도 유치하지만 일부라도

이준기와 내 아이가 닮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서 우주로

쏘아올리듯 눈에서 레이저를 뿜어내며 TV를 봤다.


 수술 후 아픈배를 움켜잡고도 보보경심려의 결말을 봐야

한다고 버텼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아이는 무사히 나왔고 건강했다. 그리고... 신생아의 얼굴은

정말 못생겼다는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못생겨도 너무 못생겼잖아. 그런 내게 어르신들이 붓기가

빠지면 예뻐진다고 말씀해주셨다. 에이 설마.


 신기하게도 날이 갈수록 아이의 얼굴이 갸름해지고 눈을

뜨더니 볼만해졌다. 그런데 조합에서 착오가 있었는지 아기의 얼굴은 이준기가 아니라 최우식을 닮아있었다. 내가

분명 뇌에 이준기 닮으라고 줄기차게 신호를 보냈는데, 왜 우리 아기의 얼굴에 최우식이... 여동생은 볼수록 최다니엘 을 닮았다고 했고. (가수 강다니엘 아닙니다)

 

 아무튼 이준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될리가 없는 낭설에 기대

한 어리석은 엄마의 태교는 실패였다.

  그뒤로 의사선생님께서 하셨던 농담(?)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댔다.

 "그러게, 장동건이 닮은 남자랑 결혼하지 그랬어. "



최우식.  출처: 네이버


밝음이. 출처: 내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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